중앙고속도로를 따라 원주에서 제천으로 가다보면 신림 인터체인지가 나온다. 여기서 빠져나가 국도를 타고 원주시 신림면 성남리를 찾아가면 거대한 노송이 맞아주는 성황림이 있다. 천연기념물 93호인 이 성황림은 전형적인 온대낙엽수림이다.원주시는 이 성황림에 관리인을 두고 철저히 보존하고 있는데, 단풍이 고운 복자기를 비롯하여, 소나무, 왕느릅나무, 들메나무, 졸참나무, 갈참나무 등이 높이 15∼20m씩 자라 상층을 이루고 있다. 키 큰 나무들 아래에 쪽동백, 버드나무, 고로쇠나무 등이 중층을 이루며, 하층에는 복분자딸기, 광대싸리 등이 빽빽하게 자란다.
안내 간판을 보아도 철따라 야생화가 번성하여 숲의 생물다양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숲의 중심에는 목재로 성황당을 고풍스럽게 지어놓았다. 더욱 눈에 띄는 것은 높이 29m, 줄기 지름 130cm의 젓나무다. 숲의 높이 보다 약 9m 더 높게 우뚝 솟아 있는 모습은 누가 보아도 범상치 않다. 이것은 88올림픽 때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기획한 세계수(우주목)다. 옛날 사람들은 이런 나무를 타고 우주와 연결되어 자신의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믿었다. 단군신화에서 하늘나라와 연결되는 신단수도 알고 보면 이런 우주목이다.
성황당에서 소원을 빌면 우주목은 하늘나라 신의 세계에 소원을 전달하는 매개자의 역할을 한다. 관리인은 옛날에 범이 집짐승을 잡아먹어 이를 막아달라고 소를 잡아 제물로 바치며 빌었다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범이 사람을 잡아먹는 호환을 막기 위해 빌었던 것으로 보인다. 집짐승 몇 마리를 구하려고 소까지 제물로 바치지는 않았을 터이다. 이 골짜기에 다른 성황당도 많이 있는 것으로 보아, 옛날 치악산에 살던 범이 이 골짜기에 자주 출몰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 있는데, 관리인은 복분자딸기가 너무 무성하여 다른 나무가 못자라 숲을 망친다고 짜증을 내며 캐내고 있었다. 다른 지역에서는 귀한 약재로 복분자딸기가 없어서 안달을 하는 것을 생각할 때 또 한번 아이러니를 느꼈다. 그러나 이 역시 숲이 단절된 탓에 너무 많은 빛이 들어와 생긴 결과로, 숲관리에는 전문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좋은 예이다.
이 성황림의 양쪽과 숲 속에 물길이 있는데, 숲의 오른쪽에는 큰 내가 흐르고 있어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다. 성황림의 원래 목적이 치악산의 산신에게 빌어서 범을 달래는 것에 있었겠지만, 이 숲이 없으면 마을의 수구(水口, 마을 물이 빠져나가는 곳)가 너무 허전하여 이를 보완하는 역할도 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 숲은 홍수를 방지하여 마을의 흙이 큰 내로 쓸려 나가는 것을 방지하는 기능을 갖는다. 전통사상에서 얻어진 선조들의 지혜가 돋보이는 장면이다.
신 준 환 임업연구원 박사 kecology@fo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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