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황찬란한 불빛 아래 카지노 룰렛이 돌아가고 있지만 그 너머로는 퇴락한 폐광촌의 검은 그림자가 아직도 짙게 드리워져 있습니다."광산지역주민협의회 송계호(45) 자문위원이 지난 10여년간 주민들과 함께 한 폐광촌 회생 운동의 역사를 정리해 508쪽 분량의 '강원랜드 카지노와 주민기업 탄생 이야기'라는 책을 펴냈다.
책은 93년 고한·사북지역살리기 공동추진위원회를 시작으로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 내국인 출입 카지노 허가 등 전국적 이목을 집중시켰던 이야기들을 자세히 담고 있다. 서울 명동 갱목시위와 국회의사당 앞 태백시민 궐기대회 등 생존을 위한 폐광촌 주민들의 처절한 몸부림도 포함하고 있다. 송씨는 "성업중인 카지노와 현재 공사중인 스키장, 골프장 등을 보면 주민과 함께 했던 힘든 시간들이 뿌듯하게 느껴지지만 탄광이 번창하던 옛날과 같은 영화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정선이 고향인 송씨는 탄광촌의 번영과 몰락을 온몸으로 느끼며 자랐다. 탄광촌은 70년대까지만 해도 '개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녔을 정도'였지만 80년대 들어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송씨는 사북사태가 일어났던 80년대에는 탄광 근로자로, 생존권 확보를 위한 주민운동이 본격화됐던 90년대에는 정선군의회 의원(3선)과 주민기업 대표 등으로 격동의 현장을 지켰다.
송씨는 "주민들과 함께 90년대 초 절박했던 초심으로 돌아가 지역발전을 위해 다시 한번 힘을 모으자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며 "강원랜드만으로는 폐광지역 회생에 한계가 있는 만큼 폐광지역을 묶어 관광특구화하는 방안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선=곽영승기자yskwa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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