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의 한 가장이 테러범으로 몰려 미군에게 끌려간 뒤 갖은 고초를 당하다 5개월 만에 풀려난 사연이 미국 일간지에 실려 미군의 무모한 저항세력 색출과정과 가혹 행위가 낱낱이 공개됐다.12일 월 스트리트 저널은 지난해 8월 장남(17)과 함께 구속됐다가 혼자 석방된 압둘 후세인(52)씨의 행적을 추적, 보도했다. 그는 바그다드 시내 자신의 식료품 가게에 폭탄 제조용으로 쓰일 수 있는 물질을 놓아둔 혐의로 체포됐다. 명절 때 쓰는 헬륨 풍선용이라는 그의 항변은 무시됐다.
미군이 그를 폭탄 제조범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사담 후세인 집권 시절 악명 높았던 아부 가리브 교도소로 넘기면서 진짜 고난은 시작됐다. 그는 종종 미군 수사관의 지시에 따라 13시간 이상 섭씨 50도의 여름 땡볕 아래 서 있다 쓰러졌다. 수사관들은 그의 얼굴에 침을 뱉거나 담뱃불로 팔을 지졌다고도 한다.
미군은 용의자 체포시 가족에게 소재를 알려야 한다는 제네바협약 규정도 지키지 않았다. 이 때문에 가족들은 가장을 찾아 이곳 저곳을 수소문해야 했다.
압둘 후세인 가족의 사연이 지난해 10월 언론에 알려지자 미군은 그에 대한 태도를 바꾸었다. 언론 보도 후 비교적 덜 위험한 용의자들을 수용하는 시설로 옮겨진 그는 11월 가족과 상봉했고, 수용소에 장남을 남겨둔 채 지난 주 집으로 돌아왔다.
이라크에는 압둘 후세인씨와 같은 민간인 9,500여명이 미군에 의해 구속돼 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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