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비리에 연루된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들이 총선에 줄줄이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어 "친노 그룹만 물갈이의 예외냐", "먼저 반성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들이 나오고 있다. 반면, 정치권에서 가장 도덕적인 인물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열린우리당 이창복(원주·66) 의원은 13일 스스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비리 관련 인사들이 내세우는 출마의 명분은 "총선에서 유권자로부터 직접 심판 받아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것. 우선 노 대통령의 측근 중 시니어그룹의 핵심인 염동연 전 정무특보는 최근 광주 서구에 출마할 결심을 굳히고 표밭 갈이에 나섰다.
그는 지난 해 10월 나라종금 퇴출 저지 로비 대가로 보성그룹에서 2억8,8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뒤 보석으로 풀려났다. 재판부는 보석을 허가하면서 "재판이 장기화할 우려가 있고 염씨가 심장질환 등 지병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었다. 하지만 염씨는 현재 건강한 얼굴로 여의도 정가를 누비고 있다.
노 대통령의 386측근으로 썬앤문그룹에서 1억여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이광재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도 고향인 영월·평창에서 출마할 태세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여론조사에서 내가 높게 나오고 있다고 들었고 강원도에서 나에 대한 기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386 측근인 안희정씨도 주변으로부터 옥중출마를 강하게 권유받고 있다고 한다.
대선 때 노 후보 선대위원장을 지낸 뒤 여러 건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된 우리당 정대철 상임고문도 출마의 뜻을 접지 않고 있다. 한 측근은 "검찰이 정 고문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 아니냐"며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는 게 정 고문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의원들이 존경하는 의원'으로 꼽히는 이창복 의원은 이날 "비리 연루 정치인들의 줄소환 사태를 보면서 더 이상 정치인으로 남아 정치개혁에 일조하겠다고 하는 게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새 지도부의 개혁의지가 성공하려면 인적쇄신이 불가피하다"며 비리 연루 정치인들의 퇴진을 압박했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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