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5년부터 96년까지 청와대 집무실에서 당시 신한국당 사무총장이던 강삼재 의원에게 건넸다는 돈은 어디서 난 것일까.현재로선 안기부 자금과 김 전 대통령의 비자금 등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배제할 수 없다.
안풍 사건으로 구속 중인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은 "예산 중 쓰고 남은 불용액과 예산 이자를 모았다가 빼돌렸다"며 "그러나 돈을 인출해 누구에게 전달했는지는 정보기관의 자금이라는 성격상 밝힐 수 없다"고 증언했었다. 결국 정인봉 변호사의 주장 대로라면 김 전 대통령이 이 돈을 김 전 차장으로부터 받아 김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말이 된다.
또 과거 군사정권 시절부터 안기부 예산의 일부가 당 운영과 총선 지원 등을 위한 대통령의 '통치자금'으로 쓰였던 관행에 비춰 볼 때 이 돈이 안기부 자금일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취임 후 "안기부 자금에 손을 대지 않겠다"고 공언한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처음이었다.
그러나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김 전 차장이 YS를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그 돈은 YS가 김 전 차장을 통해 별도 관리하던 자금"이라고 입을 모은다. 홍준표 전략기획위원장은 13일 "1심 재판에서 안기부 불용액은 93년 130억원을 비롯, 97년까지 전액 국고에 반납됐으며 예산이자가 발생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해 10월 국회 정보위의 국정원 감사에서 '95,96년 안기부 예산집행 내역을 감찰하고 계좌를 추적한 결과 예산이 빠져나가지 않았다'는 국정원측 답변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문제의 돈은 김 전 대통령이 92년 대선 때 쓰고 남은 돈"이라는 게 한나라당의 시각이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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