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전모(40)씨는 퇴근길에 교통방송 라디오를 켠다. "내일 아침 출근시간대 교통예보입니다. 동부간선도로가 동1로보다 시속 20㎞ 이상 속도를 더 낼 것으로 보입니다. 응봉길은 왕십리 로터리에서 성수대교쪽으로 오늘보다 속도가 떨어져 시속 10㎞ 내외의 체증이 예상됩니다." 전씨는 내일 출근길은 동부간선도로로 정한다. 전씨의 부인은 오후에 시내 백화점에서 친구를 만났다. 예전처럼 버스를 이용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버스 정류장으로 가면서 휴대폰으로 백화점으로 가는 버스가 어디쯤 오고 있는지, 몇분 후에 도착할 지를 미리 알 수 있기 때문이다.서울의 도로가 예측 가능해지고 한층 똑똑해진다. 서울시가 1일부터 정식으로 교통예보를 시작한 데다 버스의 운행을 총괄 통제하는 버스종합사령실(BMS)이 5월부터 가동돼 정확한 버스정보를 시민에게 알려주게 된다.
내일 출근길 교통상황 미리 안다
날씨도 아닌 도로 교통상황 예보가 가능한 것은 서울시 교통정보반이 보유한 방대한 교통데이터 때문. 서울시내 120여 개 도로를 24개 축으로 묶고 각 축마다 시간대별로 축적한 자료다. 교통정보반 직원 조성준씨는 "날씨와 교통사고 같은 변수를 제외하면 도로상황은 요일별로 비슷한 패턴"이라며 "지난 4주간의 요일·시간대별 데이터를 활용한다"고 말했다. 명절 연휴나 연말연시 같은 특별한 때는 지난 3년간의 동일시간대 데이터를 참고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12월 한달간의 시험예보를 통해 검증도 마쳤다.
교통예보는 교통방송(TBS)을 통해 하루 3차례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오전 9시30분에는 오후 도로상황을, 오후 4시50분과 오후 7시10분에는 각각 그날 퇴근길과 다음날 출근길 교통을 알려주고 있다. 예보도 날씨를 예보하듯 구체적인 예상속도와 주변도로와의 상황을 비교해 운전자들에게 알짜 정보가 되고 있다.
교통정보반은 예보 시작 후 출퇴근 시간대 교통량이 분산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교통예보 방송을 진행하는 지남주씨는 "기존 도로정보는 주로 시민 제보와 제작진의 '감'이었지만 시 교통예보는 풍부한 자료와 세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이전과 크게 다르다"고 말했다. 시는 교통예보 방송에 대한 시민 호응정도에 따라 예보 횟수를 늘릴 계획이다.
5월부턴 버스운행정보서비스 시작
서울시내를 돌아다니는 시에 등록된 8,000여대의 버스 중 5,028대의 운전석 옆엔 LCD화면을 갖춘 단말기가 5월까지 설치된다. 버스종합사령실은 이 단말기를 이용해 버스의 위치와 진행상황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파악하고 모든 버스가 정시에 운행되도록 통제한다. 이미 청계천과 천호대로, 도봉·미아로를 운행하는 버스 1,400대에 단말기가 설치돼 이 달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버스정보는 버스종합정보시스템(BIS)을 통해 인터넷이나 휴대폰, 거리 전광판이나 정류장 정보단말기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시민들에게 전달된다. 시민들은 자신이 기다리는 버스의 위치와 도착시간 등을 미리 파악해 정류장에 가고, 버스에 탄 승객은 언제쯤 목적지에 도착할 지를 정확히 알 수 있다.
시는 현재 종로구 소방방재본부 5층에 공사중인 버스종합사령실을 5월까지 완공해 2개월 동안 시범운영을 거친 뒤 7월 서울 전체 대중교통체계 개편에 맞춰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나머지 3,000여대의 버스도 올해 내 단말기 설치를 완료하고, 정류장 정보단말기는 버스중앙차로제 실시 노선부터 순차적으로 설치해 나갈 방침이다.
서울시는 현재 버스종합사령실을 준비 중인 인천, 경기도와 연계해 서비스 범위를 전체 수도권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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