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교통안전국(TSA)은 12일 이르면 올 여름부터 미국 공항에서 항공기에 탑승하는 모든 사람들의 신상정보를 추적, '테러 위험도'에 따라 등급을 매기고 탑승 여부 등을 결정하겠다고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이날 발표는 미국 방문 외국인에 대해 지문과 사진을 찍는 새 입국심사 제도가 시행된 지 일주일 만에 나온 것으로, 출국자 및 국내선 탑승객들까지 철저히 감시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미국인도 외국인과 똑같은 심사 절차를 거친다.
워싱턴 포스트 등 미국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TSA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컴퓨터 탐승객 사전심사 프로그램(CAPPS2)'을 여름께 시행할 방침이다. 프로그램의 진행 과정은 이렇다. 우선 TSA가 항공사와 여행사에서 넘겨 받은 탑승객의 이름, 생년월일, 주소, 전화번호, 여정 등을 검색해 본인 여부를 확인한다. 이후 미 정부의 테러리스트 및 중범죄자 명단과 대조해 위험한 순서로 빨강, 노랑, 초록으로 등급을 매겨 탑승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항공권을 편도로 구입하거나 요금을 현금으로 낼 경우에만 '요주의 인물'로 분류해 왔다.
빨강으로 분류되면 비행기 탑승이 금지된다. 노랑은 추가 신원조사를 받아야 하고, 초록은 여권사진 확인 등 현재와 같은 심사만 받으면 된다. TSA는 전체의 약 5%가 빨강이나 노랑 등급을 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어떠한 경우에도 미국 정부가 항공권을 변제해 주지는 않는다.
TSA는 지난해 가을 국내선에 이 프로그램을 시범적으로 도입하려다가 항공사들의 협조 거부로 포기한 바 있다. 사생활 침해를 우려한 소비자 및 인권단체들이 항공사에 대규모 소송과 보이코트를 경고했기 때문이다. TSA는 12일 "국토안보부 등과 협의해 강제적으로 정보를 넘겨받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외국 국적 항공사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TSA 관계자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이 제도를 제안하고 개발비를 댄 의회가 정보 강제수집을 위한 제도적, 금전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500만 달러를 들여 다음달부터 일부 공항에 시범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국 안팎의 인권단체들은 사생활 및 인권침해 여지가 크다며 반발하고 있다. 미국 민권자유연맹(ACLU)의 제이 스탠리씨는 "미국이 테러위협을 빌미로 빅브라더 제국 건설을 꿈꾸고 있다"면서 "미국 정부는 언젠가 다른 나라에서 미국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는 모든 외국인들까지 감시하려 들 것"이라고 비난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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