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공공부문 정보화는 외형적으론 국제화와 세계화를 말할 수 있는 수준이다. 2002년 10월 미국 브라운 대학이 전세계 198개국 정부가 운영중인 1,000여 개의 웹사이트 대상 20개 항목 평가결과 2위에 오른 것이나, 서울시가 전세계 주요 도시 전자정부 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사실이 이를 입증해 준다. 하지만 여기에서 간과해서는 안될 중요한 요소 하나가 있다.홍콩과 싱가포르의 경우 정부의 시스템에 접속해 시민들이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면 그 번호가 바로 암호화된다. 그러나 서울시 시스템에는 이런 기능이 없다. 자료를 받을 때 사전 바이러스 감염체크 기능이 없어 이용자가 불편할 뿐 아니라 중요한 정보의 대량유출과 대형 행정 착오 사고요인이 항상 잠재해 있다.
정부는 전자서명 인증체계 정비와 병행하여 암호환경을 조성하는 등 정보보호 시스템 고도화를 추구하고 있다. 정보보안 체제를 구축하고 침해사고에 대한 정보공유와 분석기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 나라 개인정보보안 체제를 보면 문제는 쉽지 않다.
한국 정보보호 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네티즌들로부터 개인 정보보호침해 소지가 있는 웹사이트 신고를 받은 결과 263개가 접수됐다. 대부분 인터넷 쇼핑몰, 사주 팔자, 동창회 사이트들로 주민등록번호와 전화번호 등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회원정보 누출에 대한 안전 보완장치가 빠져있다. 주민등록번호가 도용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웹사이트에 가입되어 있는 등 피해자 본인의 불찰로만 돌릴 수 없는 일들이 수없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개인정보보안 체제의 문제는 더 나아가 금융권에서도 일어난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행정자치부에 주민등록번호 오류여부를 문의한 계좌는 3억 7,399만개였으며 이중 1.1%인 398만개가 잘못 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금융기관의 허술한 고객 정보관리를 보여주는 사례다. 은행의 이 같은 오류는 인터넷에서조차 보편화된 주민등록번호 확인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데서 비롯되었다. 고객이 작성한 계좌개설신청서의 주민등록번호가 행정전산망이나 국세청전산망과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시스템을 거치지 않은 것이다. 물론 이는 금융감독원이 바로 시정 조치하겠지만 언제든 이 같은 오류가 생길 가능성이 상존해 있다는 것은 정말 끔찍한 일이다.
지금까지 전자정부 추진 과정의 문제로는 공급자 위주의 서비스 제공, 예산낭비와 부족, 기존시스템과의 연계성 미약, 법 제도의 미비, 담당인력의 양적·질적 부족, 정보격차 등이 지적돼 왔다. 그러나 근본적인 잘못은 주민등록번호 같은 개인 정보에 대한 인식 부족과 관리 소홀이라고 할 수 있다.
전자정부는 일반시민을 위한 효율적 대민 서비스의 민주적 정부를 지향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개개인의 정보 보안을 바탕으로 한, 기본에 충실한 국가 정책의 입안과 집행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박 용 달 행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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