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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띄우는 편지

입력
2004.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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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취재를 하러 다니면서 새로운 버릇이 하나 생겼습니다. 고속도로 휴게소를 찾으면 반드시 관광안내소에 들르는 것입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눈에 잘 띄지 않는 안내소지만 잘만 활용하면 예상외로 요긴한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습니다.우선 이 곳에는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제작한 관광안내지도가 비치돼있습니다. 물론 무료입니다. 고속도로 휴게소마다 들러 이런 행동을 반복했더니 꽤나 많은 지역정보를 수집할 수 있었습니다. 안내지도를 통해 알지 못했던 지역의 숨은 비경을 발견하고 다음 취재의 대상으로 삼았던 적도 있습니다.

요즘은 관광안내소를 또 다른 용도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PC방입니다. 안내소마다 1∼2대의 컴퓨터에 프린터는 물론 팩스 전송까지 가능한 시설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여행취재 도중이라도 고속도로에만 들어오면 수시로 이메일을 확인할 수 있고 그 자리에서 답장을 해줄 수도 있습니다. 잘 모르는 길은 인터넷을 통해 확인한 뒤 그 자리에서 자료를 프린트해서 지도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이런 서비스 역시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외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생각도 들고, 실제로 외국인이 이용해도 큰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는 자부심도 생깁니다. 고속도로 여행이 즐거워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속도로를 빠져 나오면 환상이 깨질 때가 많습니다. 우선 길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낯선 지명만 가득 적힌 도로표지판은 읽기조차 어렵습니다.

특히 중소도시로 갈수록 상황은 심각합니다. 취재를 마치고 다시 고속도로를 타려고 해도 적지않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물론 그 지역 주민들은 표지판을 읽기 어렵지 않겠지만 처음 온 사람들이라면 길에서 차를 세우고 몇 번씩 물어봐야 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관광지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활동도 아쉬운 대목입니다.

관광지는 유명세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관광객들이 찾기 쉬워야 합니다. 이런 관광인프라를 만드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수십년 동안 관광지에 살았던 원주민의 입장이 아닌, 처음 방문하는 관광객의 입장에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고속도로 관광안내소 만큼의 작은 배려, 관광한국으로 나가는 작은 시작이 아닐까요.

/한창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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