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한 미국의 교육 여건은 과연 어느 지점에 와 있을까.2000년 부시 정부가 들어선 이후 모든 초·중·고교 학생들에게 일정 수준의 읽기와 쓰기, 수학을 독려하고있는 미 교육부가 최근 '2003 미국 교육의 현주소'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교육의 중요한 트렌드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우선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관련 부분이 주목을 끈다. 읽기의 경우 초등학교 2학년 때 이미 학생간 편차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는 또 소득 수준이 높은 가정의 학생이 낮은 가정의 또래 학생보다 학력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다는 견해도 덧붙였다.
일본, 영국 등 35개국 학생들과 읽기 능력을 비교한 결과, 4학년을 기준으로 할 때 전체 학생의 70% 가량이 세계 평균보다 높았으며, 특히 이 가운데 41%는 2.5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학생들의 읽기 수준이 다른 나라 학생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상태에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교육전문 사이트 에듀위크 관계자는 "이른바 '낙오학생 방지법' 발효 이후 각급 학교가 읽기를 중심으로 평균 수준 이하의 학생들을 집중적으로 교육시킨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교사 관련 통계도 흥미롭다. 공립 중학교 및 고교 교사의 상당수가 자신이 가르치는 과목을 전공하지 않았거나, 자격증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특히 중학교에서 비자격 교사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 수학 과목의 경우 중학교는 무려 22%, 고교는 10%가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지 않은 교사들로 채워졌다. 영어 과목도 중학교는 전체의 18%, 고교는 7%, 과학 과목 교사도 중학교 17%, 고교 7%가 비전공자였다. 물리(중학교 3%, 고교 5%)와 미술 및 음악 과목(중·고교 각 5%)의 비전공 교사 비율은 그나마 상대적으로 낮았다. 아메리칸대 교육대학원 사드카 교수는 "전공과 무관한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들이 많다는 사실은 현장 교육의 질 저하와 연결될 수 있다"며 "전공자 제한 등 교사 채용시 자격 요건이 보다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구와 교육과의 관계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5∼17세 어린이 및 청소년 중 16%가 빈곤층 가정 출신이며, 특히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 등 대도시 지역 학교에 다니는 학생의 24%는 가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도시 규모가 큰 지역 학교일수록 저소득층 가정 학생이 많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가정에서 영어 이외의 언어를 사용하는 5∼24세 인구 비율이 지난 20년 사이 2배 이상 늘어 무려 17%에 달한다는 결과도 이와 무관치 않다.
미 교육부측은 "이민 인구와 유학생의 증가 등에 따라 교실 및 교사 부족 등 교육 여건이 앞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며 '교육의 미래'에 대해 회의적인 결론을 내렸으나, 현지 교육계에서는 "연방정부와 주 정부의 교육예산이 지금보다 20% 이상 늘어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다소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워싱턴에서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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