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달려라 달려라 하니. 이 세상 끝까지 달려라 하니…"'로보트 태권브이' '달려라 하니' '들장미소녀 캔디' '요술공주 밍키' 등의 만화영화는 주제곡까지 우리에게 친숙하다. 골목길에서 뿐만 아니라 운동회나 체육대회, 야유회 등에서도 단골 메뉴였다. 어떤 대목에선 주먹을 불끈 쥐게도 만들고 가슴을 저리게도 했다. 그러나 만화영화 노래는 어린이용으로 치부돼 별다른 주목을 끌지 못했다.
만화영화 노래를 즐기는 이들이 스스로 질 높은 만화영화 노래를 뽑는 행사가 국내 처음으로 마련됐다. 만화독자가 인기 만화를 스스로 뽑는 '독자만화대상' 처럼 만화영화 노래를 감상하는 팬들의 손으로 좋은 만화영화 노래를 고르는 행사다. 인터넷 웹사이트 '만화인의 노래'(song.manhwain.com)에서는 지난 달 1일부터 이 달 말까지 2개월에 걸쳐 좋은 만화영화를 선정하는 온라인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만화영화 노래라면 옛날 것부터 많이 있지만 이 투표에서는 지난 2년 동안에 만들어져 지상파나 위성TV 등을 통해 방영된 최근의 창작만화영화 노래 60여 곡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원더풀 데이즈' '오세암' '수호요정 미셸' '마리 이야기' '바다의 전설 장보고' 등 국내 창작물과 '더 파이팅' '신기동전기 건담W' '디지몬 테이머스'등 수입물에 수록된 국내 창작만화영화 노래들이다. 작곡가, 작사가, 가수, 음반, 연주가 등 6개 부문에 걸쳐 투표가 이뤄지고 있다. 사이트에 들어가면 후보작을 미리 들어볼 수도 있고, 가사와 작곡·작사가, 음반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번 행사를 준비한 만화인(www.manhwain.com) 사이트 지기 서찬휘씨는 "만화영화 노래 가운데에는 가요 이상의 수준과 경쟁력을 갖고 있는 노래들도 많지만 만화영화에서 불려진 노래라는 이유만으로 제대로 대접을 못 받고 있다"면서 "만화영화 노래를 조명해보자는 취지에서 행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사실 국내 만화영화 노래는 1990년대 후반 들어 수준 높은 가수들이 참여하고 악기를 충분히 사용하면서 급속도로 질이 높아졌다. 1997년을 전후해 나온 신해철과 넥스트가 부른 '영혼 기병 라젠카'를 비롯해 인기그룹 유피가 부른 '바이오캅 윙고', 걸이 부른 '녹색전차 해모수'등이 그랬다. 이후 만화영화노래를 전문으로 하는 음반사가 출현하고, 러브홀릭과 박혜경이 참여한 'WE'시리즈는 2만∼3만장이나 팔릴 정도로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만화와 함께 만화 이미지에 맞는 음반을 함께 내는 등 만화와 노래를 접목시키려는 새로운 시도도 나타나고 있다.
'만화인의 노래'는 2월초 투표 결과를 만화영화산업과 방송 등 관련 업계에 널리 알려 국내 창작 만화영화 노래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영어로 된 사이트를 마련해 외국에도 알릴 계획이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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