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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평 스포츠 포커스]도박, 운동선수의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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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평 스포츠 포커스]도박, 운동선수의 적

입력
2004.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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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에 들어가지 않고 자유롭게 생활하면서도 지난 15년이 얼마나 불편했으면 자서전 제목을 '창살없는 감옥(My Prison Without Bars)'이라고 붙였을까.메이저리그에서 첫손 꼽히는 기록을 세운 피트 로즈(64)가 지난 9일 발간된 자서전에서 경기결과를 두고 내기도박을 했음을 처음으로 인정, 미국야구계를 발칵 뒤집어 놓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안타(4,256개)와 최다경기출장(3,562게임) 기록을 수립한 로즈는 신시내티 레즈 감독 시절인 1987년과 88년 도박을 벌인 사실이 발각돼 89년 야구계에서 영구 제명된 인물이다.

이번 자서전 발간이 영구제명이라는 징계에서 풀려나는 계기가 되고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기 위한 사전 작업이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아직 진실을 제대로 털어 놓지 않았다는 주변 사람들의 냉소도 터져 나오고 있다. 어쨌든 로즈는 가장 위대한 야구선수였음에도 불구하고 도박으로 죄인과 같은 삶을 지내왔다고 힘들었던 지난 날을 털어놓았다.

그는 최고 스타로 돈을 많이 벌면서도 도박에 빠진 이유로 "야구에서 정상에 올랐지만 만족할 수 없었고 더 자극적인 도박에 빠져들게 됐다"고 말한 것처럼 대다수 사람들에게 도박은 원초적인 유혹의 금단의 열매인 모양이다. 특히 승패를 가르는 스포츠가 도박과 비슷한 속성이 있어서인지 도박에 관련된 소문이 자주 회자된다.

7년전 21세의 어린 나이에 일찌감치 천재 골퍼로 떠오른 타이거 우즈는 라스베이거스 등 카지노에 가서 수백만달러씩 날린다는 이야기가 3년전부터 나왔다. 청소년 대표팀 지도자와 명문 사립대학의 감독으로 활약했던 P씨가 도박빚을 갚지 못해 미국으로 도피했다는 모 스포츠전문지의 최근 보도는 충격을 준다. 이 소문이 그 대학 감독 자리를 노린 사람들의 음해라는 주장도 있지만 당사자의 빚이 수억원대라는 이야기와 함께 몇년 전에는 도박으로 형사 입건되고 가산을 탕진했다는 사실이 우리를 우울케 만든다.

프로야구에서도 고스톱을 즐기는 지도자나 선수는 많다. 롯데 구단은 수년전 호주에 전지훈련을 갔다가 고참선수들과 직원들이 새로 생긴 카지노에 빠져 상당액의 빚을 진 사람이 나와 사태를 수습하는데 수년이 걸렸다. 선수간에 분열이 생기고 경기에 집중력이 떨어진 데다 가정 불화까지 일어나는 등 선수단 분위기가 엉망이 된 것은 불문가지이다. 1990년대 중반 한화도 주전 투포수가 도박 때문에 싸움까지 벌이는 소동 끝에 두 선수를 차례로 트레이드 시키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해태가 한국시리즈에서 9차례 우승한 것은 당시 선수들이 워낙 출중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우선하지만 김응룡 감독의 통솔력과 선수들이 도박에 빠지지 않은 덕분이라는 주장이 나와 흥미롭다. 한국야구가 최초로 세계 정상에 오른 1977년 니카라과 슈퍼월드컵 당시 주역이었고 해태시절 도루왕 등 명성을 남긴 김일권씨(현 삼성 코치)는 선수 시절을 회상하며 "당시 해태의 고참선수들이 술은 가끔 마셨지만 고스톱 등 도박은 전혀 하지 않았다. 다른 팀 선수들이 화투나 카드놀이등으로 시간을 많이 보냈지만 해태는 예외였다. 선배들이 도리어 후배들을 감시했다" 고 말한다. 당시 해태 선수라면 대부분 술 잘 마시고 도박도 잘 했을 거라는 짐작이 가는 선수들이 많았는데 김 코치의 증언은 의외였고 신선감마저 준다.

요즘 프로야구 일부선수나 지도자들은 많은 연봉을 받고 있어 갖은 유혹에 휩쓸리기 쉽다. 특히 훈련이 없는 기간이나 국내와 멀리 떨어진 해외전훈지에서 이런 유혹에 빠져들기 쉽다. 올해에는 로즈처럼 '창살없는 감옥'에 갇히는 사람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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