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에서 '병(病)'을 앓고 있다고 지적됐던 대표적인 두 나라가 지난해 말 의미있는 움직임을 보였다. 일본의 '메이드 인 재팬(Made in Japan)부활 선언'과 독일의 '아젠다 2010'이 그것이다. 일본정부는 세계를 석권했던 제조업의 영광을 되살리기 위해 국내산업을 강화하는 '신산업 창조전략'을 세울 것이라고 발표했다. 바이오, 연료 전지, 인터넷 원격조정 정보가전, 소프트웨어 등 컨텐츠, 환경기기, 산업용 로봇 등 6개 분야가 대상이다. 일본과 같은 선진국이 특정 산업분야를 지정해 집중육성전략을 세우는 것은 처음이다. 독일 의회는 과도한 복지와 고비용 구조의 사회시스템 등으로 대변되는 '독일 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기 위한 '아젠다 2010'을 압도적으로 통과시켰다. 슈뢰더 총리는 이를 두고 "독일이 마침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우리사회의 화두 중 하나는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였다. 재계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고, 노무현 대통령도 줄기차게 언급했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허무한 느낌마저 든다. 지난해 말 한국은행은 현 상태로는 선진국 진입이 어렵다는 보고서를 냈다. 우리나라가 흔히 후진국이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정체되는 '비수렴 함정'에 빠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동안의 성장전략을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 비슷한 시기에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2003년 한국 경제의 회고와 과제'라는 보고서가 눈길을 끈다. 우리 경제가 '1만달러 벽'을 넘으려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시행했던 '진실과 화해 위원회'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위원회는 만델라 전 대통령이 1994년 집권 이후 인종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설치한 것으로, 과거 진실을 철저하게 규명하되 피해자에게 충분히 보상하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화해하는 장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고 큰 성공을 거두었다.
■ '성장 병'이라는 용어가 있다. 선진국 진입 과정에서 겪는 사회적 갈등의 표출과 충돌이다.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하지만 요즈음 우리 사회 모습을 보면 너무 지나쳐 선진국 문턱에도 못 가보고 그대로 주저앉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마저 든다. 얼마 전 오스트리아 빈 대학은 한국민의 평균 지능지수(IQ)가 106으로 세계 2위라고 밝혔다. 이런 사람들이 그 똑똑한 머리를 자신들의 이익 극대화에만 모두 쏟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올해는 IQ가 아니라 '현명 지수'에서 세계 랭킹에 들었으면 하고 기대한다.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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