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EU'?유럽연합(EU)이 현재 각국명으로 쓰고 있는 역내 생산 제품의 원산지 표기를 '메이드 인 EU'로 통일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라고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가 1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 소속 각국 외교관들은 지난달말 이 같은 방안을 놓고 1차 회의를 가졌으며, 현실성 여부 등을 좀더 면밀히 조사해 수개월 안에 세부 보고서를 발표하는 데 합의했다.
EU 집행위는 원산지 표기 라벨 통합이 전세계적으로 '단일시장 EU'의 이미지를 높이고 소비자에게 보다 자세한 제품 정보를 제공함은 물론, 각종 위조 방지에도 효과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라벨 통합이 실현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FT는 지적했다.
당장 EU 대다수 회원국과 대기업들은 라벨 교체가 추가 비용 부담과 복잡한 행정절차는 물론, 각국의 고유 상품 생산을 저해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브랜드 전문가들도 "아직 EU라는 이름은 고급 상품의 원산지로 연상되지 않는다"며 "'메이드 인 EU'가 '메이드 인 프랑스'나 '메이드 인 독일'과 같은 위력을 발휘하긴 어렵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 1차 회의에서 긍정적 반응을 보인 나라도 이탈리아와 그리스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EU 집행위 역시 쉽게 물러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집행위측은 일단 반대여론을 감안한 듯 "라벨 통합을 정식 입법안으로 작성할 지 결정하지 않았다", "EU 라벨 옆에 각국명을 병기할 수도 있다"는 등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지만, 단일 원산지 표기는 EU 경제통합 완성의 상징적 조치로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EU 집행위의 이상론과 각국의 현실론이 어떤 타협을 이루어낼 지 주목된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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