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하는 중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인물 한 명을 꼽으라면 누가 가장 적당할까. 많은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쑹메이링(宋美齡)이란 한 여성을 택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중국혁명의 아버지 쑨원(孫文)의 처제이자 초대 대만 총통 장제스(蔣介石)의 아내이기도 한 쑹메이링은 중국과 대만 정부 모두에서 '로열 패밀리'로 대접받으며 역사의 한 가운데 서 있었다.EBS '시사다큐멘터리'가 쑹메이링을 신년특별기획 '세상을 바꾼 사람들'의 첫 번째 인물로 내세운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14일과 21일 밤 10시 두 번에 걸쳐 방송되는 쑹메이링의 생애는 드라마틱하다. 1898년 저장(浙江)성 출신 군벌의 셋째 딸로 태어난 메이링은 어릴 때 미국으로 건너가 근대교육을 받고 돌아온 뒤 1927년 장제스와 결혼했다. 그는 언니 아이링이 중국 최대 부호 중 하나인 쿵샹시, 칭링이 쑨원과 각각 결혼해 더욱 큰 화제가 됐다.
그녀는 1936년 시안사태 당시 직접 장쉐량을 설득해 남편을 구했고, 43년 미국 의회에서 항일전쟁을 치르던 중국에 군사지원을 요청하는 연설을 하고, 카이로 회담에도 장제스의 통역으로 나서는 등 막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부제 '영광과 오욕의 106년'은 그녀가 쑹씨 가문의 딸로 정경유착을 상징하는 인물이었으며, 부패하고 무능한 국민당 정부의 핵심 일원이었다는 사실도 빼놓지 않고 조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75년 남편의 서거 이후 미국과 대만을 오가며 양국의 관계 개선에 힘을 쏟다가 지난해 10월 뉴욕 맨해튼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EBS는 쑹메이링에 이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 이탈리아의 총리이자 거대미디어 재벌이기도 한 베를루스코니, 공장 노동자에서 브라질 대통령에 선출된 룰라 다 실바 등을 다룰 예정이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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