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터넷은 네티즌들의 다양한 의견이 서로 겨루는 '경기장'이다. 누구나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밝히고, 남의 의견을 비판할 수 있다. 논쟁이 거세지다 보면 논리보다 감정의 힘으로 상대방을 꺾으려는 시도도 흔하다.독도가 자국 영토라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상식밖 발언을 계기로 촉발된 한·일 네티즌간 논쟁이 급기야는 상대방 웹사이트에 대한 사이버 테러로 비화하고 있다. 상대방 네티즌들의 '트래픽 폭격'으로 양국의 비방사이트는 이틀간 산발적인 접속 불능상태에 빠졌다.
우리 측에서 보면 총리가 '독도는 일본땅' 이라는 망언을 하고, 한국 문화를 왜곡해 소개하는 웹사이트를 만드는 일본인들의 행동이 이 같은 사태를 도발한 셈이다. 너무 어처구니 없는 주장에 네티즌들이 반론을 제기하고 항의 표시를 하는 것은 그래서 당연한 대응이다. 그러나 수만명의 네티즌들이 해킹에 참여, 상대방의 웹사이트를 못쓰게 만든 사이버 테러는 도가 지나친 감정적 대응이다. 아무리 명분이 정당하더라도 사이버 테러는 테러일 뿐이다. 이로 인해 문제의 웹사이트와 같은 서버를 사용하는 수백여개의 웹사이트들이 동시에 마비됨으로써 양국의 수많은 네티즌들이 불편을 겪었다. 한·일 네티즌들의 감정 싸움을 '사이버 임진왜란'이라며 흥미 위주로 보도하는 일부 언론 자세도 문제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우리 동해를 '일본해'라고 주장하는 일본에 맞서 전세계에 반론 이메일을 보내는 네티즌 외교사절단 '반크'의 활동이 떠올랐다. 이들은 일본의 억지 주장에 역사적 증거를 갖춘 논리적 대응과 지속적인 행동으로 맞서 찬사를 받고 있다. 일본의 잘못된 주장에 감정적인 '테러'로 맞서기 보다는 차가운 이성으로 대응하는 것이 진정으로 그들을 이기는 길이다.
정철환 경제부 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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