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의 아카데미상 역사상 한 배우가 같은 해에 두 차례 수상 후보에 오른 경우는 10차례를 채 넘지 못한다. 그러나 올해는 잘 하면 무려 5명의 배우가 2편의 영화로 동시에 수상 후보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2작품에서 후보에 오른다고 수상 가능성도 2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파 프롬 헤븐'과 '디 아워스'로 여자주연, 조연상 후보에 오른 줄리앤 무어는 빈손으로 돌아갔다.뛰어난 연기파이나 아직 오스카상을 못 탄 숀 펜이 '미스틱 리버'와 '21그램'으로 2중으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를 수가 있다. 두 영화는 모두 죽음과 복수라는 어두운 주제를 가졌고, 앙상블 연기가 화려한 영화다. '미스틱 리버'는 현재 가장 유력한 작품상 수상후보로 꼽히고 있으며 숀 펜이 주연상 후보로 오를 가능성은 100%, 그가 최종 승자가 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
이제 나이 19세인 스칼렛 조한슨(사진)이 2편의 소품으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를 수도 있다. 조한슨은 비평가들의 격찬을 받은 '도쿄에서의 방황'과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에서 각기 좌절감에 빠진 20대 아내, 네덜란드 화가 베르메르의 하녀이자 모델로 나와 깊이있는 내면연기로 찬사를 받았다. '대부'를 만든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딸인 소피아가 감독한 '도쿄에서의 방황'은 많은 비평가들에 의해 올해 10대 영화에 선정돼 오스카 작품상 후보에 오를 것이 거의 확실하다. 함께 공연한 코미디언 빌 머레이도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를 가능성이 100%.
또 다른 여배우 중 2편의 영화로 주연상 후보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이 연기파 영국배우 케이트 블란쳇. 블란쳇은 납치된 딸을 찾아 총을 드는 여인의 서부극인 '실종'(Missing)과 아일랜드 더블린의 마약 조직에 관한 폭로기사를 쓰다 살해된 여기자의 실화인 '베로니카 게린'(Veronica Guerin)에서 강렬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두 영화 다 비평과 흥행이 좋지 않았다.
풀 죽은 개 같은 연기로 유명한 윌리엄 H 메이시는 라스베이거스를 무대로 한 필름 느와르 '쿨러'(The Cooler)와 언더독 경주마 얘기인 '시비스킷'(Sebiscuit)으로 주연과 조연상 후보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 영화 '파고'(1996)로 오스카 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메이시는 지금까지 모두 30여 편의 영화에 나온 베테랑 연기파다. 패트리샤 클락슨 역시 '기차역장'(Station Agent)과 '에이프릴의 작품'(Pieces of April)으로 각기 주연과 조연상 후보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제76회 아카데미상 각 부문 수상후보 발표는 27일에 있고 시상식은 2월 29일 할리우드의 코닥극장에서 열린다.
/LA미주본사편집위원·LA영화비평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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