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너무도 예의 바르고 조용해서 '도대체 (핏빛 액션으로 유명한) 존 우는 어디로 간 거야' 라는 생각이 들었다." 벤 애플렉의 말에 한 마디 더 보태자면, LA에서 만난 존 우(吳宇森·57) 감독은 마음이 따뜻해 보였다. 인터뷰 내내 입가에 맑은 미소가 떠나지 않은 그는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나이를 먹어서 그럴까, '페이첵'에 평화와 사랑의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홍콩 대만 일본 등에서 불황 탓에 젊은이들이 삶을 포기하는 일까지 있는데, 마이클과 레이첼을 통해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그의 표정에는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
미래예측 기계를 둘러싼 음모가 기둥 줄거리지만, '페이첵'에서는 SF 냄새가 별로 나지 않는다. 감독은 "나는 SF 전문이 아니다"면서 "(원작의) SF적 요소를 줄이고 늘 그래왔듯이 휴먼 스토리를 더해 내 스타일로 만들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 영화에 히치콕 스타일을 끌어들였다고 말했다. "벤 애플렉이 전철에 쫓기며 레일 위를 질주하는 장면은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에서 캐리 그랜트가 비행기에 쫓기는 장면, (우마 서먼이 기르는) 새 두 마리는 '새'에서 따 왔다. 급여를 받지 못한 애플렉이 아파트에서 겪는 서스펜스의 순간은 '사이코'의 분위기를 따왔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페이첵'에도 어김없이 비둘기가 등장한다. "사실 집어넣지 않을까도 생각했지만, 벤 애플렉이 강력하게 비둘기 장면을 넣자고 주장했다"는 설명.
그는 다음 작품으로 1930년 실존한 갱스터의 사랑을 그린 '액션 뮤지컬'을 택했다. "7년 전부터 구상해온, 내게는 꿈과 같은 작품이다. 시나리오 재고(再稿)를 완성한 상태다. '페이첵'처럼 행복한 영화가 아니라 비극이다."
우 감독은 "젊은 시절 신상옥 감독 작품을 비롯해 한국 영화를 꽤 많이 봤고, 최근에는 '쉬리'를 인상 깊게 봤다"고 했다. "요즘 한국 영화에는 행복과 힘이 넘친다. 배우들의 연기, 제작기법, 스타일 등도 엄청나게 발전했다. 그곳 사람들의 모습처럼."
/LA=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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