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외교관 조사' 파문이 여러 갈래의 논란 거리를 한꺼번에 분출시키며 심상치 않은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청와대 민정수석실 핵심관계자는 12일 "윤영관 외교부 장관을 직접 만나 양해를 구한 뒤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혀 청와대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외교부를 제압(制壓)하기 위한 조사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부적절한 언사의 내용
내부 투서 및 제보에 따라 조사 중인 외교관의 발언은 한 회의석상에서 나온 "한나라당 홍사덕 총무가 '김정일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10%와 싫지도 좋지도 않은 10% 등 20%가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세력'이라고 했는데 이는 맞는 말"이라는 부분이다. 다른 비공식적인 자리에서는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이기면 대통령은 영향력이 없어진다. 그러면 과학기술부와 해양수산부만 관리하면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는 제보가 들어와 있다.
청와대는 이와 함께 최근 국민·동아일보 등에 인용된 발언들의 출처도 색출하고 있다. "NSC의 젊은 보좌진, 이른바 자주파들은 탈레반 수준""윤영관 외교장관과 한승주 주미대사는 청와대 이너서클에 밀려 힘을 못쓴다"는 등 발언이다.
청와대는 이 밖에 "이란 지진에 대한 조전이 NSC가 끼어드는 바람에 하루 늦게 갔다"는 등의 험담을 외교부 관계자들이 흘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대미 노선 갈등인가
청와대는 이번 조사가 용산기지 협상 등 대미 협상에 대한 것은 아니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기지 협상에 대해 문책성 조사를 했던 사실이 알려질 경우 한미 관계에 파장이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론 수렴 차원에서 (용산기지 협상과 관련된) 의견을 청취했을 수 있다"며 대미 협상 문제를 조사했음을 어느 정도 시인했다.
외교부 관계자들이 상당 시간에 걸쳐 대미 정책 전반에 대한 '취조'를 받았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 특히 NSC의 고위관계자가 "혐의가 있는 외교부 사람들을 민정수석실에 알려줬다"고 밝힌 것은 이른바 NSC의 '자주파'와 외교부의 '동맹파'간의 알력이 개입돼 있을 개연성을 높여주고 있다. 청와대는 그러나 "반기문 외교보좌관은 1990년 미국측과 용산기지 이전 협상을 체결할 당시 담당인 북미국장이 아니었다"며 "따라서 당시 협상과 관련해 조사를 받은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통화 내역 조회 논란
제보·투서에 대한 조사와는 별도로 이뤄진 NSC와 외교부의 갈등에 대한 일부 언론보도와 관련한 조사에서는 청와대가 외교부 당국자와 기자 사이의 통화 내역을 조사했다는 논란까지 일고 있다.
국민일보 등에 보도된 발언 때문에 외교부 고위 간부 2명이 10일 조사를 받을 당시 청와대가 이미 기자와의 통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기자나 외교부 직원에 대한 통화 내역 조회는 전혀 없었다"고 거듭 부인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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