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시설로 변질된 고시원에서 화재가 발생, 투숙객 4명이 숨지고 4명이 화상을 입었다.12일 오전 2시께 경기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2가 상가건물 3층 '마이룸고시원' 314호에서 마모(30·회사원)씨가 담배연기를 없애기 위해 켜 놓은 촛불이 잠자던 사이 책상에 옮겨 붙으며 옆방으로 순식간에 번졌다. 이 불로 잠자고 있던 우모(22·여)씨와 김모(54·노동)씨 등 4명이 숨지고 손모(31)씨 등 4명이 부상했으며, 30여명의 투숙객이 긴급대피했다.
불은 고시원 내부 50여평을 태워 1,200만원(소방서 추정)의 재산피해를 내고 1시간20여분 만에 꺼졌다.
투숙객 대부분은 건설현장과 공장에서 일하는 일용직 노동자들로 1인실의 경우 한 달에 18만∼22만원, 2인실은 28만∼30만원을 내고 생활해왔다. 금연건물이지만 밤에 술자리가 잦았고 항상 담배냄새가 자욱했다고 투숙객들은 전했다.
4층 상가건물 가운데 3층에 위치한 90평짜리 고시원은 사무실을 포함, 1∼2평짜리 44개의 방이 중앙복도를 중심으로 다닥다닥 붙어 있고 나무칸막이로 돼 있어 불이 쉽게 번졌다. 이 고시원은 지난해 12월23일 수원중부소방서의 소방점검결과 화재감지 및 경보불량으로 시정명령을 받은 상태였다.
당초 독서실 기능으로 시작된 고시원은 국제통화기금(IMF) 시절인 1997년께부터 대부분 숙식이 가능한 원룸식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교육청에 등록을 해야 하는 독서실과 달리 허가·등록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돼 관리나 시설이 허술하다. 특히 월 10만∼30만원을 내면 누구나 입주가 가능하기 때문에 공부하는 사람들 외에도 유흥업 종사자나 가출 청소년, 범죄자들의 거처로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렇게 다양한 신분의 수많은 사람들이 좁은 공간에 밀집해 있다 보니 항상 화재의 위험성에 노출되어 있고 화재 발생시에는 대형 인명피해가 예견돼 왔다.
한편 315호실에 있다 변을 당한 우씨는 이날 새로 얻은 수원 S전자 생산직 채용시험에 합격, 이날 첫 출근을 앞두고 변을 당한 것으로 밝혀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우씨는 숨지기 직전 인근 PC방에서 일하고 있던 남자친구에게 전화해 "불이 났는데 나갈 수가 없다"며 구조를 요청했으나 순식간에 번지는 불길을 피하지 못했다.
/수원=고찬유기자 juta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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