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의 숨결이 살아있는 연해주를 개발할 수 있게 돼 감개무량합니다."충남 공주 출신으로 중국 옌볜(延邊)에서 한중실업유한회사라는 농산물 생산업체를 경영하는 전직 지방의원 오명환(54·사진)씨가 러시아 연해주의 광할한 땅에 대한 사용권을 따냈다.
오씨는 최근 러시아 하산지구자치행정정부 라첸코브 농업장관, 아리파노브 관광장관과 하산지구 농산물 생산에 관한 의향서를 체결했다. 러시아측은 토지와 노동력을, 오씨는 기술과 설비 및 종자 가축 등을 제공키로 한 것.
"아직 본계약이 남아있지만, 농지 1만㏊, 관광휴양지 5,000㏊ 등 1만5,000㏊(약 4,500만평)를 ㏊당 100달러의 사용료를 내고 향후 50년간 사용키로 러시아정부와 약속했습니다. 여기에 우리 자본을 끌어들여 과수·축산·원예단지와 함께 일부 위락시설을 조성하고 한국의 농업기술과 현지의 노동력을 접목시켜 농산물을 생산할 계획입니다."
하산은 북한의 나진, 중국의 훈춘(琿春)과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있으며 시베리아 횡단열차와는 지선(支線)으로 연결된다. 세종이 여진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설치한 육진의 하나였으며 스탈린의 강제 이주정책에 따라 1937년 우리 동포 수십만명이 중앙아시아로 끌려간 곳이기도 하다.
일제 때 징용으로 끌려갔다 온 선친으로부터 북간도의 넓은 토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자란 오씨는 1994년 충남도의원 시절 중고 농기계를 고쳐 지린(吉林)성 룽징(龍井)시에 기증하면서 이 지역과 인연을 맺었으며 이후 옌볜에 농업회사를 세우고 양파재배 기술을 확산시켰다.
"2000년부터는 매년 하산을 방문하고 그곳 러시아 관리를 옌볜의 농장으로 불러 선진 농업기술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산의 개방에 대비해 국제변호사를 선임해 법률적인 준비와 시장조사도 했죠."
그러던 중 지난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연해주의 국제자유무역지구 개방을 선포하자 중국, 일본 정부가 개발에 참여하려 덤벼들었으나 오씨가 한발 앞서 이번에 개발의향서를 맺은 것이다.
오씨는 이 같은 사실을 최근 행자부와 농림부, 농협 등에 알리고 정부 차원의 투자 협조를 요청해 정부 관계자들로부터 조만간 현지를 방문하겠다는 답변을 얻어냈다. 오씨는 "투자를 원하는 기업과 개인에게 토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대전=허택회기자 thh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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