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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을 이기는 기업/금호타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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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을 이기는 기업/금호타이어

입력
2004.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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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용 초고성능(UHP)타이어 26인치 엑스타STX는 미국에서 1본에 1,126 달러를 받고 있지만 물건이 없어 못 팔 지경입니다. 미국에서 SUV 소유자라면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명품이죠." 엑스타STX로 타이어 4본을 바꾸는데 드는 돈은 480만원. 웬만한 중고차 한 대 값이다. 아무나 살 수 있는 제품은 결코 아니다.금호타이어 직원들은 회사의 영업 호조를 단순히 국내 자동차산업 호황에 편승한 것으로 여기는 일부 시선이 섭섭하다. 조재석 마케팅팀장은 "완성차업체에 납품하는 물량은 전체 매출의 15%정도에 불과하다"며 "금호타이어가 지난해 세계타이어업계 9위에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현재 26인치 UHP타이어를 생산하는 업체는 금호타이어가 세계에서 유일하다. "시판을 시작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어떤 회사도 같은 수준의 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회사는 이미 28인치 타이어도 개발을 끝내놓고 출시시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입니다."

UHP타이어는 타이어의 전체 직경은 유지한 채 가운데 구멍의 직경을 넓히고 접지면을 넓힌 타이어로 고속 주행시 요구되는 접지력, 조정 안정성 등을 극대화한 타이어로 인치업 타이어라고도 불린다. 가령 26인치 UHP타이어는 가운데 구멍의 직경이 26인치(66㎝)로 이 타이어를 옆에서 보면 타이어 휠커버는 크고 타이어의 검은 테두리는 얇게 보여 일단 외관이 화려해 보인다. 일반 SUV용 타이어의 가운데 구멍의 직경은 16인치(40㎝)정도다.

UHP타이어는 일반타이어에 비해 가격이 3∼4배 가량 비싸지만, 전세계적으로 매년 30% 이상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연간 600억원을 투자해 UHP타이어 개발과 판매를 선도하고 있다. 2000년 170만본 판매를 시작으로 2001년 240만본, 2002년 320만본, 2003년 420만본 등 판매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금호는 현재 판매비중이 25% 수준인 UHP타이어를 향후 5년 내에 3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금호타이어의 전세계 시장점유율은 2.5%선이지만, UHP타이어의 경우 10%선으로 고급 타이어 부분에서는 세계 1위입니다." 설명하는 조 팀장의 목소리에 자부심이 묻어난다.

그러나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브랜드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이 금호타이어의 숙제다. 금호는 이 문제를 풀기위해 90년대부터 꾸준히 모터스포츠 분야를 후원해 오고 있다. 특히 '죽음의 경주'라고 불리는 파리-다카르-카이로 랠리에서 출발 때 장착한 타이어로 교체 없이 전구간 완주에 성공하는 개가를 올렸다. 또 4대 국제 포뮬러-3 자동차경주대회 중 네덜란드, 유로 시리즈, 창원 등 3개 대회의 공식타이어로 지정돼 카 레이싱 분야에서도 명성을 쌓고 있다. 조 팀장은 "모터스포츠에 참여하면서 극한 상황에서 견디기 위한 각종 데이터를 축적해 UHP타이어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며 "첨단제품이라는 브랜드이미지를 강화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호타이어는 모터스포츠에만 연간 40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모 기업의 부실로 지난해 대주주가 군인공제회로 바뀌는 시련을 겪기도 했던 금호타이어의 중단기 목표는 2007년까지 세계 8대 메이커로 한 단계 올라서겠다는 것이다. 오세철 사장은 "생산규모 세계 1위인 미쉐린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8%선이지만, 금호는 12%대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양적인 성장보다는 실속을 중시하는 전략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근로자 찾기 힘든 평택공장

금호타이어 경영진은 회사의 생산수준이 1970년대 노동집약, 80, 90년대 자본집약의 단계를 넘어 기술집약적 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달 준공한 경기 평택시 포승산업단지내 평택공장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광주·곡성·중국 난징에 이어 4번째 공장인 평택공장은 1만2,000평 부지에 1,000억여원을 투자해 연간 200만본을 생산하는 최첨단 타이어 자동생산시스템(APU)을 국내 처음으로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현재 미쉐린, 브릿지스톤, 굿이어 등 세계 상위 5개업체만 운영하고 있다.

오세철 사장은 "독자 개발한 APU시스템은 기존 9단계 공정을 4단계로 단축하고 자동온라인화를 실현했다"며 "제조공정 축소와 자동화로 품질균일성 합격률을 20∼46%까지 높이고,생산성도 2배 가량 향상시켰다"고 말했다. 공정 단축과 자동화를 통해 조립라인 길이가 1.2㎞에서 800m로 단축됐으며, 노동생산성도 곡성공장이 1인당 한시간에 65㎏인데 비해 평택공장은 120㎏으로 84.6%나 높아졌다. 이에 따라 곡성공장 생산직 직원이 2,000명 선인데 비해 평택공장은 180명에 불과하다. 무인공장에 가까운 완전자동화를 이룬 것이다.

오 사장은 "평택공장의 APU시스템은 82년부터 검토에 들어가 독자개발한 금호타이어의 20년 생산노하우의 결정체"라며 "생산설비가 응축된 만큼 생산설비의 이전도 손쉬워 시장변화에 맞춰 공장을 이동할 수 있으며, 추가 건설이 쉬운 것도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오 사장은 또 "이 같은 APU 공장의 특성을 살려 국내외에 증설을 지속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기후나 도로여건 등 지역별 특성에 맞는 제품을 다양하게 개발해 세계 타이어산업에서 선도적인 지위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다부진 의욕을 보였다.

평택공장 준공으로 금호타이어는 광주공장 1,570만본, 곡성공장 1,360만본, 중국 남경금호타이어 530만본 등 총 3,660만본의 타이어 생산규모를 갖추게 됐다.

/정영오기자

● 금호타이어는 어떤 회사

금호타이어는 1960년 모회사인 광주여객이 타이어 품귀난을 해결하기 위해 설립한 후 줄곧 타이어만을 생산해온 타이어전문회사다. 현재 전세계에 6개 해외법인과 14개 지사, 사무소를 갖추고 있다. 미국의 타이어전문지 '타이어 비즈니스'가 발표한 '2003 글로벌 타이어 랭킹'에서 국내 업체로서는 최초로 9위로 부상하는 개가를 올렸다.

금호타이어는 97년 외환위기 이후 수익성 위주의 경영에 주력, 6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매출액 대비 3% 수준의 연구개발(R& D) 투자를 통해 고부가가치 제품인 UHP타이어와 런 플랫 타이어(펑크가 나도 80∼200㎞까지 시속80㎞ 속도로 주행할 수 있는 타이어), 환경 친화적 타이어 등의 개발에 잇따라 성공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올해 연말까지 연산 200만본 규모의 아산 신공장이 완공되고, 현재 연산 500만본인 중국 난징금호타이어를 2007년말까지 1,000만본 규모로 늘릴 계획"이라며 "이렇게 되면 지난달 가동을 시작한 평택 자동화 공장과 합쳐 2007년까지 세계 8대 타이어메이커로 발돋움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금호타이어의 지분은 군인공제회 50%, 금호산업 30%, 고려강선·코오롱·효성 등 국내 투자자 17.25%, 해외 투자자 2.75%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2006년 주식을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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