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너더리길. 편도 1차선에 300m 남짓한 길 양 옆에 한집 건너 한집씩 무려 60여개의 부동산 중개업소가 밀집해 있다. 추가 보상을 요구하는 지역 주민들의 붉은색 플래카드 아래에는 서울과 경기 번호판을 단 고급 차량들이 줄지어 주차해 있었다.지난해 말 개발계획이 확정돼 토지 보상이 시작되면서 판교 일대가 벌집 쑤셔놓은 듯 들썩이고 있다. 적게는 1인당 수억원에서 최대 200억원대에 이르는 엄청난 토지 보상비가 일시에 뿌려지면서 주변 중개업소들은 땅을 사러 몰려드는 사람들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판교 지역의 토지 수용 대상자는 약 3,000명으로, 이들에게 주어지는 토지 보상비는 총 2조5,000억원. 여기에 현재 진행중인 건물 보상까지 합치면 한 사람 당 적어도 평균 10억원 이상의 보상금이 주어지는 셈이다. 이에 따라 요즘 이곳에서는 '생기는 것은 복덕방 뿐이고, 있는 것은 돈 밖에 없다', '판교 원주민은 에쿠스에 막걸리와 삽을 싣고 땅 보러 다닌다'는 말이 유행처럼 떠돈다.
'강남 대체 신도시'라는 프리미엄 때문에 그러지 않아도 땅값이 급등했던 판교 일대는 토지 보상이 시작되면서 불에 기름을 부은 듯 하루가 다르게 땅값이 폭등하고 있다. 졸지에 수십억원을 손에 쥔 판교 원주민들과 외지인들은 신도시와 인접한 대장동, 동원동, 고기리 지역의 논, 밭, 임야를 닥치는 대로 사들이고 있다.
실제 지난해 평당 170만원 수준이던 고기리의 지역은 지난해말 양재∼영동간 4차선 도로 개설이 확정되면서 최고 평당 350만원으로 두 배 이상 폭등했다. 이 지역 전원 주택지도 지난해 7∼8월 평당 160만원 수준에서 지금은 평당 270만∼280만원까지 올라갔다.
판교를 가르는 23번 국도 주변은 형질이 자연 녹지에서 상업지역으로 바뀐다는 소문이 돌면서 지난해 10월 평당 500만∼600만원 하던 땅값이 지금은 평당 1,000만∼1,200만원으로 두 배나 올랐다. 2000년 평당 25만원 수준이던 대장동의 전답은 지난해 150만원대로 올라간 후 지금은 200만∼250만원을 호가한다.
판교동 탑부동산 이덕기 대표는 "보상을 받은 원주민들과 외지인들이 판교신도시 인근의 전답과 임야를 마구잡이로 사들이고 있어 땅 값이 급등하고 있다"며 "올해 들어선 지주들까지 추가 상승을 예상하고 매물을 거둬 들여 돈을 주고도 땅을 살 수가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땅값이 급등하면서 상가 입주권(딱지)에 까지 투기세력이 몰리고 있다. 현재 상가 88평(80평+8평) 규모의 상가 입주권리를 주는 이주자 딱지는 4억원, 8평 상가 입주권리를 부여하는 상가 딱지는 5,50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상가 딱지의 경우 한두 달 안에 1억원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소문 때문에 사려는 사람만 있지 팔려는 사람은 없어 매일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유니에셋 최민섭 이사는 "아파트 시장이 위축되면서 판교를 비롯한 수도권 택지지역 인근과 고속철도 역사, 그린벨트 해제지 등에 투기자금이 몰려들고 있어 정부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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