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0일 미국 의회·민간 방북단에게 '핵 억제력'을 공개함에 따라 북 핵 문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특히 워싱턴포스트와 일부 정보 소식통들은 북한이 그동안 폐연료봉 재처리 등을 통해 얻어진 플루토늄을 공개했을 것으로 보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이 같은 관측이 사실이라면 자칫 북미간 대립을 촉발할 수 있는 시한폭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 북측은 핵개발 계획에 대한 모호성을 제거한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질적인 의도는 핵개발 태세가 완료됐음을 미측에 과시하고 사실상 핵보유국으로서의 특수한 지위를 보장 받기 위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뉴욕타임스는 "핵 무기가 아니라 핵 물질 생산 시설을 본 것"이라고 보도하는 등 북한이 공개한 핵 억지력의 실체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북한은 물론 미국의 방북단도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미 의회·민간 방북단이 참관한 영변에는 5MW급 원자로(지난해 2월 재가동), 50MW급 원자로(지난해 9월 재가동 추정), 방사화학실험실(플루토늄 재처리 시설) 등이 있다. 북한은 2002년 북핵 2차 위기 이후 이 시설들에 대한 접근을 차단했으며, 지난해 10월부터 8,000여개의 폐연료봉 재처리 작업이 성과적으로 끝났으며 플루토늄의 용도를 변경하는 기술적 문제를 해결해 "때가 되면 핵 억제력을 공개할 것"이라고 예고해왔다.
어떤 경우든 북한이 '핵 억제력'을 공개한 것은 북핵 6자 회담에 미칠 영향 등을 감안할 때 '좋지 않은 신호'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미국이 6자 회담이라는 대화의 틀을 벗어나 유엔 안보리 재논의 등 제재 국면으로 전환하는 명분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외교소식통은 "리비아 등의 선례를 따르지 않겠으며 핵을 쉽게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면서 "미국의 대북 정책 실패를 입증하고 미국을 압박하는 이중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정부의 당국자도 "좋은 소식이 아닌 것 같다"고 파장을 우려했다.
반면 대화에 무게를 둔 대미 충격 요법이라는 관측도 있다. 신지호 서강대 겸임교수는 "북한이 미 의회·민간 방북단에 핵 개발 단계를 공개한 것은 북한의 요구를 들어줘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일 수 있다"고 밝혔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