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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출구조사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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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출구조사 싸움

입력
2004.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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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조사' 싸움이 붙었다. 다 총선 때문이다. 투표소에서 나오는 유권자에게 누구를 찍었는지 묻는 그 출구조사(Exit Poll) 얘기가 아니다. 불법대선자금이 어떻게 쓰였느냐를 캐는 이른바 '용처 조사' 를 이른다. 노무현 대통령이 처음 썼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말 '10분의 1' 을 해명하는 기자회견에서 "선거자금의 입구뿐만 아니라 출구도 조사하면 전모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리무진과 티코' '소도둑과 닭서리' 처럼 자신이 한나라당에 비해 깨끗하다는 주장을 하며 한 말이다. 언어구사력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출구조사에 대해 총선방해라고 반발하던 한나라당은 김영일 의원이 구속되자 결사항전태세다. 유권자 출구조사에서 "누구에게 찍었느냐" 고 물어보듯 검찰은 대선 선대본부장으로 돈을 집행한 그를 상대로 "누구에게 주었느냐"고 조사할 참이다. 검찰이 우선 캐려는 것은 대선자금으로 뭉칫돈을 받아 유용한 중진 등의 축재비리다. 안대희 대검중수부장이 운을 뗀 대로 "외국에 빌딩을 사두고" 한 것이나, 지구당위원장의 배달사고가 낱낱이 드러날 경우 총선결과가 어떻게 될지 뻔하다. 최병렬 대표가 욕을 먹으면서도 김 의원 보호를 위한 방탄국회를 꺼냈던 이유다.

■ 그렇다고 한나라당 주장이 전혀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500대 0' 이라는 항변이 그것이다. 지금까지 나온 노무현 캠프의 불법대선자금은 측근비리와 관련된 수십억원을 제외하면 기업쪽은 '0'이나 마찬가지다. "기업들이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고, 검찰도 압박하지 않는다"는 것이 한나라당 주장이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이 됐는지, 의도된 것인지 알 수 없는 노 대통령의 출구조사 발언으로 난처하게 된 검찰은 전 지구당을 뒤지는 출구조사는 않는다지만 검은 돈을 따라가다 보면 알 수 없다.

■ 검찰은 여론을 등에 업었지만 자신도 호랑이 등에 올라 탄 형국이다. 쉽사리 내릴 수가 없다. 한나라당도 죽기살기로 덤빌 것이다. 결국 검찰이 살려면 첫째도 형평, 둘째도 형평이다. 혹시라도 특검의 대통령측근비리 수사에 맞서 '국민 시선 잡아두기'같은 꾀를 부리려 했다가는 끝장이다. 노 대통령이 검찰에 '10분의 1' 같은 훈수를 또 해도 검찰의 뜻과는 관계없이 형평은 날아가 버린다. 수사상 출구조사가 필요하다 해도 노 대통령의 괜한 언급으로 편파수사 시비가 더 거세진 것 아닌가 해서 하는 말이다.

/최규식 논설위원 kscho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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