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이 심화하고 있는 신용협동조합(신협)과 새마을금고를 한데 합쳐 전국 단위의 대형은행으로 만드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는 신용카드 등 제2금융권의 구조조정이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지역에 기반을 둔 영세 상호금융기관들에도 대대적인 구조개편의 메스를 대는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11일 정부와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신협과 새마을금고, 산림조합, 단위 농·수협 등 지역 서민금융기관들의 구조개편 방안을 올해 최대역점 사업의 하나로 선정, 추진키로 했다. 경기침체 등의 여파로 주로 지역 서민들을 대상으로 한 상호금융기관의 경영난이 가중되는 가운데 이들 기관의 부실을 조기에 정리하지 않을 경우 신용카드 부실사태에 이어 자칫 제2의 금융위기를 부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관련, 개별 부실 조합간 인수합병이나 강제퇴출 등을 통한 단순 구조조정보다는 전국의 모든 조합을 한 데 묶어 '은행화'하는 방안이 집중 검토되고 있다. 1차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대상은 신협과 새마을금고. 개별 금융기관이나 다름없는 단위조합과, 단위조합으로부터 예탁금 등을 받아 운영되는 중앙 조직(신협중앙회, 새마을금고연합회)을 모두 합병해 하나의 금융기관으로 통합한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6월말 현재 총자산이 각각 19조원, 42조원 규모인 신협과 새마을금고는 전국에서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단위 조합수만 2,800곳(신협 1,104개, 새마을금고 1,687개)에 달한다. 두 조합조직이 합쳐질 경우 일부 중복조합을 폐쇄한다 해도 2,000개가 넘는 전국 단위의 점포망을 갖춘, 자산 60조원 이상의 중대형은행이 새로 탄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유럽에서도 우리의 신협과 유사한 상호금융기관들이 중앙조직간 합병으로 덩치를 키워 은행으로 전환된 사례가 있다. 네덜란드 최대의 금융그룹인 '라보뱅크(협동조합은행)'의 경우 1970년대 초 각각의 중앙회 조직을 둔 두 개의 단위조합 군(群)이 합쳐져 전국을 망라하는 은행으로 탈바꿈한 대표적 케이스.
문제는 신협과 새마을금고의 감독주체가 금융감독위원회와 행정자치부로 엄연히 분리돼 있는데다 각각 개별 법에 의해 설치, 운영되고 있다는 것. '은행화' 방안이 실현되기 위해선 범 정부 차원의 합의와 법률 개정이 필수적이다. 더구나 단위조합들마다 지역에 기반을 둔 정치권의 이해와도 밀접히 맞물려 있어 정부안으로 최종 확정되더라도 국회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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