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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어른돼서도 산만·충동적… "病입니다, 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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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어른돼서도 산만·충동적… "病입니다, 病"

입력
2004.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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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교통사고로 벌점이 쌓였거나, 직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주 옮기거나, 충동적인 카드사용이나 도박문제를 겪는가? 그렇다면 학교시절 늘 말썽꾸러기에 친구 사이에 따돌림을 받지 않았는지 생각해보자. 이 역시 해당된다면 자신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가 아닌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성인도 치료 필요

성인에도 ADHD 환자가 있다. 지금까지 ADHD는 소아의 질병으로만 여겨왔지만 최근 성인 ADHD 환자에 대한 치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신민섭 교수는 "치료에서 외면당하고 있는 성인 ADHD 환자를 위해 서울대병원에 '성인 ADHD 클리닉'을 만들 것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른 ADHD 환자가 흔히 자신의 병을 자각하게 되는 계기는 자기 자녀가 ADHD 진단을 받을 때이다. 소아정신과 의사가 자녀의 행동을 체크할 때 "나도 그랬는데" "나 학교 다닐 때랑 똑같네"하고 무릎을 치는 것이다.

그들이 어렸을 땐 ADHD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문제아로 취급받으며 우울한 학창시절을 보냈을 가능성이 높다. 일부는 자신도 자각하지 못할 정도로 증상이 애매했을 수 있다. 아주 머리가 좋아 주의집중이 안 되지만 그럭저럭 학업을 유지하는 경우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홍성도 교수는 "성공적으로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ADHD 환자도 있지만 정상인보다 몇 배나 많은 노력을 들이는 것"이라며 "만약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생활이 훨씬 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진단이 어렵다

성인 ADHD 환자는 소아와 달리 교실을 마구 돌아다니는 것 같은 과잉행동은 다소 줄어든다. 하지만 충동적이고 주의집중력이 떨어지는 증상은 여전해 계획을 잘 세우지 못하고, 시작한 일을 잘 끝내지 못하며, 물건을 잘 잃어버리고, 충동적으로 남의 말에 반응해 대인관계가 아주 나쁘다. 직장에서 자기 능력보다 일을 못하니 인정을 못 받고 자긍심도 매우 낮아진다. 충동을 억제 못해 도박, 쇼핑중독, 알코올중독 등에 빠지기도 쉽다.

하지만 성인 ADHD 환자를 진단하기는 쉽지 않다. 자신이 문제가 있는 것 같아 정신과를 찾아도 성인을 진료하는 정신과의사는 대부분 ADHD에 대해 무관심하고, 환자의 어린 시절의 이력을 제대로 알아채기 어렵다. 홍 교수는 "ADHD 환자가 정신과에서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인격장애로 치료받는 경우가 더러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또 주위 사람들은 병이 있다고 여기기보다 게으르거나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여기곤 한다. 친구도 없는 편이라 병에 대한 정보를 얻기도 어렵다. 미국에선 성인의 4∼5%가 ADHD 환자이지만 그들의 15∼20%만이 자신의 질병을 알고 있다고 추정된다.

흔히 창의적인 사람은 일을 잘 벌리는 경향이 있고, 정상적인 사람도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ADHD는 가정생활과 사회생활을 유지하기 힘들 만큼 그 정도 차가 크다고 전문의들은 지적한다. 반대로 성인이 된 후에야 처음으로 문제가 생겼다면 이는 ADHD가 아니라 다른 질병일 가능성이 높다.

약물과 인지행동치료

성인 ADHD 환자에 대한 치료도 소아와 마찬가지로 약물이 큰 도움이 된다. 현재 소아 ADHD 환자에게 중추신경 흥분제인 메칠페니데이트, 덱스트로암페타민 등이 처방되고 있으며 미국에선 2002년 말 처음으로 성인에 대한 약으로 아토모세틴이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미국의 연구에 따르면 약물치료로 성인의 3분의 2가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인지행동 치료도 도움이 된다. 약물은 주의력을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되나 저절로 일이 잘 되게 하거나 나쁜 동료관계를 좋아지게 하지는 못한다. 일을 할 때 스스로 제한시간을 두기, 오늘 할 일에 대한 계획을 세우기, 행동하기 전 잠시 멈춰 생각하기, 감정조절법 익히기 등이 필요하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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