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연말연시에 쏟아낸 총선 등과 관련된 정치적 언급들을 되짚어 보면 공식 행사와 비공개 자리에서 발언을 구분하는 화법을 구사하는 것으로 보인다.'식사 정치'라는 비판이 나올 만큼, 비공개 자리라는 것은 대부분 열린우리당 인사들과의 오·만찬이었다. 때문에 이런 자리에서의 노 대통령 발언이 한층 직설적이고 자극적으로 들리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노 대통령은 공식 행사에서는 다소 중립적인 총론을 말하면서도 비공개 자리에서는 철저하게 우리당을 지원하는 당파적 입장을 보임으로써 전체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총선 구도를 만들기 위한 포석을 하고 있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이 같은 당파성 때문에 노 대통령이 취임이후 견지해온 '당정 분리'는 사실상 원인무효가 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노 대통령은 10일 공식 행사인 청와대 비서실 직원 워크숍에 참석, 특강을 통해 "(나는) 부조리의 핵심에 들어와 유착과 부조리의 핵심 구조를 해체하고 있다"면서 "우공이산(愚公移山) 이라는 고사성어처럼 하면 세상은 바뀐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에 앞서 6일과 8일, 경제계·여성계 인사들과의 신년인사회에서는 '물갈이가 많을 이번 총선이 끝나면 정치가 안정되고 물갈이가 없는 미국,일본식 정치로 갈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 같은 공식적 언급들에서는 당파성이 크게 부각되지는 않지만 이번 총선에서 변화나 물갈이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노 대통령의 의도 자체를 우리당 지원용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 같은 공식적 언급들은 그나마 경계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으나 우리당 인사들이 전하는 노 대통령의 비공식 발언들은 사실상 노 대통령이 우리당의 최고 지도자임을 반영하고 있다.
또 노 대통령이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노 대통령의 발언들을 종합하면 정교하게 짜여져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적으로도 안배돼 있다는 인상을 준다.
물론 면담 인사들의 출신 지역에 맞춰 이뤄진 발언들이기는 하지만 노 대통령은 TK 인사를 만나서는 'TK 정서를 고려, 개각을 했다'고 했고, 광주 인사를 만나서는 '광주만 생각하면 밤에 잠이 안 온다'며 호남 민심에 호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개, 비공개 발언이 전혀 상반된 경우도 있는데 노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장관들을 총선에 차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으나, 노 대통령을 만나고 나온 우리당 인사들은 모든 것을 총선에 쏟아 붓는 '올인(All in)'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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