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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술독 남편, 부엉이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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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술독 남편, 부엉이 아내

입력
2004.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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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밤 문화가 발달했다고 한다. 나도 한국에 처음 온 지 얼마 안 되어 술집을 가보게 되었다. 한국인 친구 한 명이 나를 술집에 데려갔던 것이다. 깨끗하고 아담한 그 술집은 내 마음에 들었고 술을 날라 주는 아가씨들도 참 예뻤다.술을 마시며 친구와 얘기를 하는데 정신이 팔려 있어서인지 내 옆에 한 예쁜 아가씨가 앉아 있는 것도 몰랐다. 문득 그 아가씨의 존재를 인식하고 나는 깜짝 놀랐다. '아, 왜 이 아가씨는 하필 내 옆에 앉아 있는 것일까. 앉아도 좋겠냐고 내게 물어보지도 않고서! 우리 집 사람이 이걸 본다면 틀림없이 오해를 할 텐데…' 어느새 한국 친구 옆에도 예쁜 아가씨가 앉아 있었다. 둘은 내가 놀라는 모습이 재미있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 옆에 앉은 아가씨는 내게 양주 한 잔을 시켜 달라고 했다. 값은 내가 마시고 있던 맥주보다 몇 배 비싸지만 잔 크기는 그 10분의 일 정도인 양주를 단숨에 들이키더니 또 한잔을 부탁하였다. 하는 수 없이 한 잔을 더 시켜주자 그 여자는 내가 못 볼 거라고 생각했는지 술을 화분에 슬쩍 버리는 것이 아닌가. 나는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분명 저 여자는 술을 마시고 싶어서 내게 사달라고 부탁까지 하지 않았던가.

잠시 후 그 여자는 내 무릎에 손을 얹더니 내게 아주 가까이 다가 앉았다. '이건 너무 지나치다, 더 이상은 곤란하다'는 생각에 "나는 결혼했고 아내가 이것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더듬거리는 한국어로 말했다. 그 아가씨는 약간 기분이 상한 듯 보였다. 나중에야 나는 손님으로 하여금 술을 사도록 해 술집 매상을 올리는 것이 이런 여자들의 할 일이라는 것을 눈치 챘다. 하지만 그렇게 예쁘고 똑똑해 보이는 젊은 아가씨가 그런 일을 하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후 나는 거의 대부분의 한국 술집에는 예쁜 아가씨들이 나와 있고 보통 남자들은 그런 사실을 아무렇지도 않게 즐긴다는 것, 반면 집에서는 부인들이 눈이 빠지도록 남편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국의 남편들이여, 제발 엉뚱한 곳에서 방황하지 마시라. 직장 일이 끝나면 빨리 집으로 돌아가 평생의 동반자이며 당신을 지극히 사랑하는 아내를 기쁘게 해 주시는 게 어떨지.

크리스토퍼 로렌스 호주인/비즈니스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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