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탐사 로봇'스피릿'이 연일 초정밀 지표 사진을 지구로 보내와 탄성을 자아내고 있다. 화성에 대한 인류의 관심은 1969년 닐 암스트롱이 달 표면에 첫발을 내딛은 이후 계속돼 왔다. 지난 해에는 유럽연합에서 화성착륙선 비글 2호를 보냈으며, 일본도 '노조미호'라는 화성탐사선을 보냈다.화성이 왜 이처럼 주목을 받고 있는지를 화성 탐사의 역사와 함께 알아보자.
생명체 존재 가능성 높고 우주탐사 관문
그리스·로마 신화를 보면 제우스와 헤라 사이에 아레스(Ares)라는 아들이 있다. 전쟁의 신인 그는 아프로디테와 정을 통해 쌍둥이 형제인 포보스와 데이모스를 낳았다. 로마인들은 아레스를 마르스(Mars)라고 불렀는데, 화성의 이름은 여기에서 유래됐다. 또 화성 주위를 도는 2개의 위성은 각각 포보스와 데이모스가 됐다.
그럼 왜 태양계의 4번째 행성인 화성에 이런 이름이 붙여진 것일까? 그건 유난히 붉게 빛나는 화성의 색깔이 마치 피빛으로 물든 전쟁터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그 붉은 빛은 화성 지표의 모래흙에 섞여 있는 산화철 성분으로 인한 것이다.
화성은 우주로 진출하려는 꿈을 가진 인간에게는 아주 매력적인 곳이다. 태양의 둘레를 도는 9개의 행성 중 내행성인 수성, 금성, 지구, 화성은 암석으로 이루어진 지표를 갖고 있다. 나머지 바깥쪽의 외행성은 명왕성을 제외하고는 모두 가스 행성이다. 때문에 현재 기술로 생명체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 바로 화성이다. 이것이 우리가 화성에 관심을 가지는 가장 큰 이유다.
물론 태양계에 화성보다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더 높은 곳이 있다. 적당한 대기를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목성의 위성 유로파와 토성의 위성 타이탄 등이 그곳이다. 하지만 현재 기술로는 그곳까지의 탐사가 매우 어렵다. 그곳으로 진출하는 관문으로서도 화성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40여년간 화성탐사 노력 계속
지구의 공전 궤도는 거의 원형인데 비해 화성의 공전 궤도는 찌그러진 타원형이다. 까닭에 지구가 공전할 때 태양과의 거리가 가장 먼 곳과 가장 가까운 곳의 차이가 불과 3% 정도지만, 화성의 경우는 무려 20%에 달한다.
화성이 태양과 가장 가까운 근일점을 통과할 때 태양·지구·화성이 일직선을 이루게 되면 지구와 화성이 가장 가까운 거리가 된다. 이것을 '화성의 대접근'이라고 하며, 이런 현상은 15년 내지 17년 주기로 일어난다. 이런 대접근 현상이 아니라도 화성은 2년2개월마다 한번씩 지구와 가까워진다. 화성탐사 우주선의 발사도 이런 화성의 접근에 맞추어 이루어진다.
화성에 대한 인간의 탐사 노력은 지난 40여년 간 꾸준히 이어졌다. 초기의 화성 탐사 노력은 구소련에 의해 주도됐는데, 1960∼1962년에 시도됐던 다섯 차례의 노력은 우주선이 지구 주변을 채 벗어나기도 전에 모두 실패했다.
그 후 1965년 미국의 마리너 4호가 화성에 접근해 사진 촬영을 하는데 성공하면서 화성의 베일이 하나둘 벗겨지기 시작했다. 마리너 4호는 화성 표면의 사진과 대기 성분에 관한 관측자료를 전송했다.
1976년 바이킹1·2호가 화성 최초 착륙
1969년에는 마리너 6호와 7호가 화성 대기의 압력과 밀도, 온도를 측정하며 모두 200여장의 화성 사진을 찍어서 지구로 전송했다. 이 사진들은 그 동안 인공적으로 건설되었다고 논란이 되었던 화성 운하가 없음을 명백하게 보여주었다.
탐사선이 화성 지표면에 최초로 착륙한 것은 1976년 바이킹 1호와 2호였다. 1980년대 초까지 두 탐사선은 1400여장의 화성지표면 사진을 지구로 보내왔다. 그러나 바이킹호가 채취한 흙과 암석에서는 아무런 생명체의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
그 후 1997년 화성에 착륙한 패스파인더는 6개의 바퀴가 달린 소저너라는 탐사차를 이용해 이동을 하며 탐사활동을 했다. 소저너의 자료들에 근거해 지표 혹은 다른 암석들에 박혀 존재하는 둥글둥글한 자갈들이 흐르는 물 혹은 유체 속에서 상당 기간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는 화성에 과거 대양과 강이 존재했고 지구와 매우 흡사한 기후와 대기를 가진 살아 있는 행성이었다는 증거가 된다.
화성에 생명체 존재할까
현재 화성에서 탐사활동을 하고 있는 스피릿이 착륙한 지점은 화성 적도 지방이다. 그곳은 한 때 호수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구세브 분화구이다. 화성에서 가장 따뜻한 곳이자,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기도 하다. 이처럼 화성 탐사는 우선 생명체의 존재 여부나 존재 흔적을 찾는 것이 주목적이다.
아울러 스피릿은 화성의 폭풍이 통신 장애에 영향을 미치는지, 모래 바람에 의한 마모 현상이 일어나는지, 먼지에 의한 전기적 장애는 어느 정도인지 등을 면밀히 조사한다. 화성에 유인 탐사선을 보내기 위한 준비 단계로서 환경적합도를 조사하기 위해서이다. NASA는 2030년까지 화성에 유인 우주선을 보낼 계획이다.
화성의 유인 탐사가 성공하면, 현지 자원을 활용해 자급자족이 가능한 우주 기지가 건설되고, 그곳을 기점으로 태양계 밖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머지 않은 장래에 우리나라도 행성 탐사와 우주 개발의 행렬에 들어가야 한다. 가까운 중국과 일본의 우주개발의지에서 크게 배울 일이다.
변 용 익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교수
연세대 천문기상학과 졸업
호주국립대 천체물리학 박사
미국 NASA 허블우주망원경연구소 연구과학자
대만 국립중앙대학교 천문연구소 부교수
연세대 천문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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