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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현장/ 동대문 노점상 풍물시장 개장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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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현장/ 동대문 노점상 풍물시장 개장 지연

입력
2004.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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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프고 힘들어 더는 못살겠다. 이젠 좌판 들고 다시 청계천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11일 오후 서울 동대문운동장에서 만난 노점상 김모(58)씨는 물건을 부려보지도 못한 새 좌판을 쓰다듬으며 울분을 토해냈다. 김씨 등 노점상 416명이 동대문운동장으로 들어온 지 벌써 한 달하고 열흘이 넘었지만 풍물시장은 아직도 개장하지 않고 있어 일을 못한 노점상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이다. "집에서 가족들 볼 낯이 없어 장사는 못해도 매일 이곳에 나온다"는 박정환(46)씨는 "여기 모여있는 노점상 모두 주머니에 약봉지들 꿰차고 악으로 겨우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풍물시장 개장 왜 늦어지나

동대문운동장이 풍물시장으로 바뀌게 된 것은 지난해 11월말 서울시가 청계천변 노점들을 강제 철거하면서부터. 시는 당시 일부 노점상들과 '철거에 협조하는 조건으로 동대문운동장을 대체부지로 제공하고 이곳에 풍물시장을 조성, 생계를 꾸릴 수 있도록 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 때 들어온 노점상이 서울노점상연합, 전국노점상총연합, 전국노점상연합 등 3개단체 16개지부 소속 416곳이다. 이들은 이후 자리배정을 둘러싸고 각 지부와 소속 노점상간 조율 문제로 한동안 실랑이를 벌인 후 지난달 27일께 개장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끝까지 청계천을 사수하겠다고 버티던 황학동을 중심으로 한 노점상들이 추가로 동대문운동장에 들어오기로 시와 전격 합의하면서 다시 자리 배정을 할 때까지 개장이 연기됐다.

개장까지 산넘어 산

새로 들어오는 노점상은 480여개. 기존의 416곳에 더해 총 900개 가량의 노점이 동대문운동장에 들어서게 됐다.

이에 따라 상인들은 기존의 북측 트랙만으로는 이 정도의 노점을 수용하기 곤란하니 트랙 남쪽의 '견인차량 보관소'도 노점으로 개방할 것을 시에 요구해왔다.

그러나 서울시는 용지 추가 제공에 난색이다. 트랙 동쪽의 도심순환버스 주차장은 노점상에 내줄 수 있지만 견인차량 보관소는 민간업자와 올 7월까지 위탁계약이 돼 있어 제공할 수 없다는 것.

서울시 건설행정과 신상철 팀장은 "노점상들이 서로 양보해 좌판 간격을 조금씩만 좁히면 모든 노점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점상들은 "견인차량 보관소를 뺀 트랙 300m에 길이 2m짜리 900여개의 좌판을 깔려면 그 좁은 공간에 6겹 이상이 들어차야 한다"며 "좌판만으로 빼곡해 오도가도 못하는 곳에 누가 와서 물건을 사겠느냐"고 항변했다.

또 노점상단체끼리나 각 지부간, 노점상인들간 자리배정을 둘러싼 갈등 조율도 쉽지 않다. 최근에는 트럭에서 물건을 파는 차량노점을 허용하느냐 마느냐를 놓고도 논란을 벌이고 있다.

노점상들은 "시가 보다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섰다면 이른 시간에 해결됐을 것을 일부러 노(路)-노(路) 갈등을 조장해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며 시에 책임을 돌렸다.

조만간 타결될 가능성도

하지만 노점상단체 대표들도 언제까지 시나 다른 단체들과 대립만 할 수만은 없어 조만간 타결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하루가 급한 노점상들은 더 이상의 개장 연기를 용납하지 않을 태세다. "설이 다가오는데 빨리 장사를 시작해 차례상에 뭐라도 얹어놓아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노점상들의 간절한 바람을 져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시는 3개 노점상단체가 각 2명씩 공동대표를 구성 조율에 나서고 있어 자리배정 등의 문제가 곧 해결돼 이번 주말께 풍물시장이 개장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국노점상연합 최오수 교육국장도 "그동안 갈등이 없진 않았지만 '다 같은 노점상들'이란 공감대로 원만한 조율이 이뤄지고 있어 16일께 개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노점상간 자리배정이 마무리되면 수도, 전기 등 기반시설 설치를 지원하고 '동대문운동장 도깨비풍물시장'을 홍보하기 위해 운동장과 주변에 애드벌룬을 띄우고 플래카드를 붙이는 한편 인터넷이나 시·구정 홍보지 등을 통해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성원기자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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