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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강도에 찔린 손이 온정의 손길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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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강도에 찔린 손이 온정의 손길되어…

입력
2004.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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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 이창수(48)씨는 지난해 10월 서울 천호동에서 문모(18)군을 태웠다. 그러나 문군은 5분쯤 지난 후 갑자기 강도로 돌변, 이씨의 손가락을 흉기로 베고 3만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이씨는 이후 비슷한 범죄가 서너차례 더 발생했다는 소식에 "그 놈이 틀림없다"고 판단했다.이씨는 경찰의 협조아래 인근지역 비슷한 또래의 사진 1만 여장을 대조한 끝에 문군을 용의자로 지목하고 보름 동안 경찰과 추적한 끝에 지난 6일 문군을 붙잡았다. 조사 결과 문군은 4차례에 걸쳐 같은 수법으로 21만원을 빼앗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경찰조사에서 "먹을 게 떨어져 이틀 동안 물만 먹었다"고 말하는 초췌한 문군을 보자 이씨의 마음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설마하며 문군이 살고 있는 서울 암사동 옥탑방을 찾아간 이씨는 문군의 어려운 형편을 확인하고 그만 눈물을 쏟을 뻔했다. 15만원짜리 월셋방은 추운 겨울인데도 발이 시릴 정도였고 이불마저 없어 옷가지를 깔고 자는 실정이었다. 어릴 적 아버지를 여읜 문군은 어머니마저 7년 전 감옥에 들어가자 이란성 쌍둥이인 누나와 형이 벌어오는 돈으로 근근이 살고 있었으나, 형마저 군에 입대한 후 사실상 고아처럼 살아왔다. 누나가 옷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벌어온 한달 50만∼60만원으로는 방세를 내기도 버거웠지만 이마저도 최근엔 몇 개월째 받지 못했다. 전과 3범에 2년 전 사고 후유증으로 발을 저는 문군은 결국 지하철 요금이 없어 출근조차 못하고 있는 누나를 보고 집에 있는 과도를 꺼내 들고 택시에 올라탔다.

문군의 딱한 실정을 확인한 이씨는 지갑에 있는 10만원을 문군의 누나에게 건넸고, 경찰들도 라면 3박스를 전달했다. 이씨는 "추운 냉방에서 떨고 있을 문군의 누나가 눈에 밟혀 제대로 잠을 이룰 수 없었다"며 "나도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문군이 죄값을 치르고 나온 후에도 계속 문군을 도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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