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군 입대를 하는 장정들이 부르는 노래 "집 떠나와 열차타고 훈련소로 가는 날 부모님께 큰 절하고 대문 밖을 나설 때…"는 내가 스물 한 살 때 만든 '이등병의 편지'라는 노래다. 이미 영화의 배경음악으로 잘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 노래를 어느 날 내 조카가 부르게 되었다. 마냥 앳된 얼굴로만 기억하던 참에 군대에 간다니. 엄마 없이 자란 아이가 벌써 청년이 되어 입대 전날 내게 전화를 한 것이다. 나는 마치 내가 다시 입영통지서를 받은 듯 잠시 멍해졌다. 적어도 군대라는 곳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그 기분 말하지 않아도 짐작하고도 남는 일이다. 그렇게 조카를 보내고 나는 복잡다단한 사회의 일원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어느새 복무를 마치고 내일이면 집으로 온단다. 아! 세월 참 빠르다 할 밖에.누구나 사회 어느 곳을 가더라도 이등병의 시절이 있다. 학교에서, 책에서 배운 대로 해도 일은 뜻대로 되지 않고. 이리저리 눈치를 보느라고 정신이 없는 이등병. 내가 음악을 직업으로 선택하고 처음 그 길에 들어섰을 때의 막막함 같은 것. 여기저기 레코드사를 쫓아다니며 가수의 길을 찾고자 했을 때. 카페의 가수로 오디션을 봤을 때의 내 모습이 지금도 눈앞에 선하다. 누구나 다 처음이 있다. 그리고 그 처음은 무거운 수레바퀴를 굴리는 일처럼 힘이 든다. 요즈음 같이 취업의 길이 어려운 때에 사회로 돌아오는 조카가 걱정이 된다. 하지만 모든 청춘들아 힘내라. 눈물이 많을수록 열매는 값진 것이 된다. 나는 오늘도 수많은 청춘들을 위해 노래하겠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꿈― 이여"
김 현 성 가수 겸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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