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의 탄생 배경, 과정을 통해 출판계의 흐름과 책의 사회적 의미를 추적하는 '베스트셀러 다시 읽기'를 신설한다. /편집자 주
2003년 출판계의 두드러진 특징은 경제·실용서의 급속한 부상이었다. 심각한 불황에다 로또 열풍 등이 '부자 되기'의 꿈을 자극했던 것이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로버트 기요사키 지음·황금가지 발행)가 나오기 전만 해도 이 분야 책들은 1만 부 이상 팔리기가 힘들었는데, 최근엔 웬만한 책도 2만∼3만부를 훌쩍 넘는다. 이 중 지난해 초 나와 실용서 분야를 평정한 책이 바로 '한국의 부자들'(한상복 지음·위즈덤하우스 발행)이다. 지금까지 50만 부가 팔렸다. 이 책은 경제신문 기자 출신인 저자가 100명이 넘는 국내 부자들을 만나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하고, 그들의 생생한 경험과 부자 되기의 노하우를 담았다.
부자들의 사고방식, 생활패턴을 다룬 이 책이 폭발적인 인기를 끈 것은 부자들의 비법을 다루면서, 평범한 사람들도 얼마든지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그 길도 알려주기 때문이다. 한푼 두푼 절약하는 자세뿐 아니라 재테크를 통해 목돈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일러준다. 재미있는 것은 저자가 '백수' 시절에 이 책을 썼다는 것이다. 그가 기자 생활을 그만두고 벤처기업에 손 댔다가 쫄딱 망했던 시점이다. 냉엄한 현실에 부딪쳐 부자가 되고 싶은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강했으리라.
출판사에 따르면 출간 초기 이 책의 독자층은 30대 후반 남성 직장인이었고 갈수록 20대 직장여성, 주부들에게까지 확대됐다고 한다. 이 책은 그 후 '나의 꿈 10억 만들기'(김대중 지음·윈앤원북스 발행) '부자의 첫 걸음 종자돈 1억 만들기'(김의경 지음·거름 발행) 등 경제실용서 붐을 선도했다. 최근에도 부자가 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담은 한상복의 '한국의 부자들 2'가 나오는 등 갖가지 '부자' 지침서가 선보이고 있다. 한국 사회의 유일한 가치척도가 된 듯한 '부자'의 꿈을 꾸는 것도 좋지만, 그 반대편 무소유의 삶에도 관심을 기울여보면 어떨까. 마음의 평화야말로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커다란 자산이다.
/최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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