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를 간질이는 알싸한 맑은 공기와 귓불을 때리는 싸늘한 바람, 손을 에는 차디찬 계곡물…. 겨울 휴양림에 안기면 머리와 심장은 도리어 맑아진다. 운이 좋으면 눈 덮여 고즈넉한 숲길을 손 맞잡고 거닐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겨울에도 자연휴양림을 찾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수도권엔 국유림관리소 등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휴양림이 4곳 있다. 입장료는 어른 1,000원, 청소년 600원, 어린이 300원이고 숙박료는 4만∼5만원(1박4인 기준). 주말엔 방이 없을 정도니 예약(huyang.go.kr)은 미리 해두는 게 좋다.경기 남양주시 축령산(해발 879m) 자연휴양림은 서울에서 가장 가깝다. 60년 이상 된 잣나무 숲은 빽빽이 하늘을 가리고 그윽한 향기를 토해낸다. 잣나무 산책로 주변엔 체력단련시설과 자연학습장도 마련돼있다. 숲에 파묻힌 통나무집도 근사하다. 46번 경춘국도 마석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362번 지방도로 빠지면 된다.
부근엔 몽골 전통 이동식 천막 게르(ger)로 꾸민 몽골문화촌(031―592―0088)이 있다. 전시용 게르(입장료 1,000원)엔 몽골 전통의상, 가죽물통, 화덕, 장신구 등이 눈길을 끌고 초이왕(국수) 양고기 등 몽골음식도 맛볼 수 있다. 영화 '편지'의 배경으로 유명한 아침고요수목원(031―584―6703)에선 이맘때면 눈꽃축제가 열린다.
양평군 옥천면 중미산(해발 834m) 자연휴양림 오르는 길은 환상의 드라이브코스로 소문나 있다. 울창한 숲과 드넓은 남한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데다 산 안개가 지긋이 퍼져 신비로운 분위기다.
백운산 유명산 용문산 등이 어우러져 첩첩산중에 든 듯한 통나무집에서 아침을 맞으면 몸을 휘도는 운무가 탄성을 자아낸다. 해설판이 설치된 자연학습로(1.2㎞)는 피로에 찌든 심신수련에 그만이다. 밤엔 별을 보고 낮엔 자연학습을 할 수 있는 중미산 천문대(031―771―0306)도 근처에 있다. 6번 국도를 따라가다 옥천에서 37번 국도로 빠지면 된다.
양평군 단월면 산음 자연휴양림은 산중턱에 자리잡은 졸참나무 상수리나무 층층나무 등 다양한 종류의 나무가 만드는 겨울 경치가 아름답다. 6번 국도를 타고 가다 용문터널을 지난 뒤 단월 백동 표지판에서 우회전한다.
가평군 유명산(해발 864m) 자연휴양림은 설악산 천불동 계곡을 연상케 할만큼 기암괴석과 계곡이 색다른 자태를 뽐낸다. 얼어붙은 계곡과 옹달샘을 따라 이어진 등산로(6㎞)는 완만하고 급한 경사가 조화를 이뤄 산 오르는 재미를 더한다. 체련단련시설과 산책로(2.8㎞)뿐 아니라 자생식물원도 잘 꾸며져 있다. 용문사와 썰매장 등이 가까이 있다. 46번 경춘국도 신청평대교를 지나자마자 좌회전해 설악면쪽으로 가면 된다.
사설휴양림은 공공휴양림보다 조금 비싼 게 흠이지만 방도 여유가 있고 시설도 깔끔하다.
양평군 설매재 휴양림은 눈이 많이 내려 숲 전경이 겨울날 눈 속에 핀 매화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장승길 계곡길 등 다양한 산책로가 겨울 정취를 선사한다. 가마솥으로 밥짓고, 장작불로 바비큐하고 직접 퍼온 석간수로 차도 끓여 마실 수 있다. 각종 나비 표본을 구경할 수 있는 나비전시장과 서바이벌 게임장(2만∼5만원), 패러글라이딩 활강장도 갖추고 있다. 3㎞ 떨어진 신라 가람 사나사에서는 불당 툇마루에 앉아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소리를 벗삼아 겨울 산사의 아늑함을 느낄 수 있다.
가평군 외서면 청평 자연휴양림은 융단처럼 펼쳐진 소나무 참나무 숲과 전망대에서 바라본 청평호가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산책로에 마련된 깨끗한 약수도 유명하다. 신청평대교를 지나자마자 우회전해 외서면쪽으로 간다. 포천군 국망봉 자연휴양림은 물이 맑고 적설량이 많아 겨울 산행지로 적합하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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