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 아르튀스―베르트랑 사진 새물결 발행·3만3,900원
항공사진 전문가 얀 아르튀스―베르트랑은 100개 국 이상을 돌며 하늘에서 본 지구의 상태를 기록해왔다. 그는 열기구를 타고 지구를 돌아다니며 1995년부터 유네스코의 후원과 협력 아래 '지구의 초상'을 찍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발견―하늘에서 본 지구 366'은 아르튀스―베르트랑이 찍은 지구 항공사진집이다.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날짜가 붙어있는 366장의 컬러사진이 황홀할 만큼 아름답고 화려하다. 사진마다 짧은 에세이가 붙어있는데, 10여 명의 문필가들이 쓴 것이다.
이들 에세이는 단순한 사진 설명이 아니고 자연과 생태, 인간과 문명, 경제와 사회 등 인간을 둘러싼 지구 환경과 그 위에서 인간이 이룩한 성과들에 대한 차분하고 비판적인 성찰을 담고 있다.
사진집이 모두 그렇겠지만 이 책은 특히 '백문이 불여일견', 글을 읽는 것보다 눈으로 사진을 보는 즐거움이 극진하다. 아르튀스―베르트랑은 지구의 초상을 하늘에서 있는 그대로 기록하려 했다. 자연 그 자체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인간이 자연에 남긴 문명의 흔적과 발자취를 담고자 했다. 따라서 어리석거나 추한 것도 놓치지 않고 있다.
2차대전 당시 최초의 유대인 수용소였던 다차우의 건물 풍경이나 원폭이 떨어져 앙상한 뼈대만 남은 일본 히로시마의 건물이 인간의 어리석음을 보여주는 흔적이라면, 비가 일년 내내 한 방울도 내리지 않는 스페인의 한 섬에서 사람들이 가꾼 포도밭이나 사납게 일렁이는 파도를 앞에 두고 방파제에서 일하는 데 여념이 없는 레바논 어부들의 사진은 인간의 용기와 지혜를 찬양한다.
자연의 놀랍고 장쾌한 경관은 그의 앵글에서 눈부시게 살아난다. 캄차카 반도 화산의 주름진 굴곡을 따라 꿈틀꿈틀 요동치는 흰 눈의 물결이나 남태평양 코발트 빛 바다의 기분 좋은 쾌감, 캐나다의 가을 단풍숲 등 지구 구석구석에서 그가 잡아낸 풍광은 경탄스럽다.
그런가 하면 대도시 풍경에서는 사회적 불평등이나 환경 파괴 등 지구가 앓고 있는 몸살을 끄집어내기도 한다.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의 노동자 밀집지구, 베네수엘라의 도심 빈민촌 등이 미국 대도시의 마천루 숲이나 호사스런 위락 공간과 대조를 이루는 식이다. 노란 물을 들인 인도 전통의상 사리의 옷감을 햇볕에 널어 말리는 푸른 풀밭을 찍은 인도 사진에서 눈이 시릴 만큼 선명한 색감은 그 자체로 더없이 아름답지만, 이 사진에 딸린 에세이는 집안에 갇혀살다시피 하며 중노동에 시달리는 인도 여성들의 고된 삶을 고발하고 있다. 원서 제목은 '하늘에서 본 지구 365'이지만, 2004년은 윤일이 들어있어 한국어판에서는 '366'으로 했다.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은 전세계 순회전시 중인데, 5월 1일부터 서울에서도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방한해서 우리 국토의 구석구석도 찍을 계획이라고 한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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