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강력한 매수세가 절정에 이르면서 9일 종합주가지수가 19개월 만에 최고치인 845.27까지 치솟는 초강세를 나타냈다.그러나 외국인 매수세가 선호 업종인 전기전자와 통신, 일부 금융업종에 집중되며 주가 양극화가 심화할 조짐을 보이는데다, 개인과 기관 등 국내 투자자가 상승장에서 소외되는 '외국인 잔치' 양상이 재연되며 우려감도 확산되고 있다.
이날 거래소시장에서 외국인은 8,184억원을 순매수, 2000년 3월3일 8,557억원 이래 사상 두 번째 규모의 '사자' 우위를 기록했다. 이로써 외국인은 2일 연중 첫 거래 이래 6거래일 만에 거래소에서만 1조9,541억원 순매수를 기록하며 왕성한 '식욕'을 과시하고 있다.
외국인의 이 같은 매수세는 무엇보다 미국 경기 및 기업 실적 호전에 대한 기대감이 뉴욕증시, 특히 나스닥 중심의 기술주 상승세로 이어지고 있는데 따른 것. 굿모닝신한증권 이근모 부사장은 "달러하락세 지속 및 경기회복 기대감에 따라 국제유동성의 아시아 유입이 지속되고 있다"며 "국내 증시의 외국인 매수세도 향후 수개월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등 반도체 및 반도체 부품주, SK텔레콤 등 통신서비스주 등 핵심 우량주에 집중되는 외국인 순매수가 워낙 빠른 속도로 진행돼 국내 개인과 기관이 또 다시 상승장에서 철저히 소외되고 있는 것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외국인 순매수와 반대로 개인은 이날 거래소에서 7,197억원을 순매도, 하루 기준으로 증시 사상 가장 많은 순매도 기록을 수립했다. 지금까지는 2000년 3월3일 5,943억원을 순매도한 것이 최고치였다.
LG투자증권 박윤수 리서치센터장은 "향후 증시 조정에 대한 경계감에서 개인이 '장롱 속에 넣어둔 주식'까지 팔아치우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외국인 매수세와 지수 상승세는 좀 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수를 좌우하는 종목이 핵심 블루칩 일부에 국한되다 보니 지수 변동성도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이날 종합주가지수 등락폭은 21.12포인트로 지난해 4월29일 이래 8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등락률도 2.56%로 집계돼 지난해 10월10일(2.95%) 이래 3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시가총액규모별 지수 등락률도 핵심 블루칩 중심의 장세를 반영해 이날 대형주 지수는 3.09% 급등한 반면, 중형주는 오히려 0.29% 하락했고 소형주는 0.95% 상승에 그쳤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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