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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高이혼율 대책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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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高이혼율 대책 마련해야

입력
2004.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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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누구도 좋아서 이혼을 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우리나라가 교통사고 사망률 1위 국가(최근에 2위가 되었음)에 오른 데 이어 머지않아 이혼율에서도 1위 국가가 될 전망이라고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30%선에 그쳤던 이혼율이 최근 몇 년 사이에 무서운 속도로 급상승하고 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신혼 부부 두쌍이 탄생할 때마다 기존 부부 한쌍이 이혼으로 갈라선다는 것이다. 통계가 잘못 되었다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혼율이 늘어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이러한 문제로 말미암아 얼마 전 보건복지부가 '이혼 숙려(熟慮)기간'의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즉, 기존의 관련법을 개정하여 이혼에 합의한 부부를 대상으로 3∼6개월간 공식적인 이혼을 유예하고 냉각기를 가지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조치는 이혼을 개인사가 아닌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처음으로 국가가 개입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이혼에 따르는 사회적 인프라는 거의 전무한 상태이다. 가령 이혼으로 인하여 상처 받는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장치 같은 것이 극히 열악하다.

이는 어쩌면 더 개방된 사회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아노미적 현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건 '결혼은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라는 말이 무색해진 지 오래고 가족이라는 중심축마저 흔들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학자들은 이혼이 남녀 간의 성격차이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존 그레이가 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여자> 에 따르면 이성적인 남성과 부드럽고 따뜻한 감정에 충실한 여성 사이에는 어쩔 수 없이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남녀의 차이는 본질적으로 타고 태어난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를 인정하고 이해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을 공감하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다른 개체들이 부부로 만나 살다 보면 서로의 삶의 방식을 이해하기 보다는 대개의 경우 자기방식을 강요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이혼을 생각하게 된다. 즉, 서로간의 원활한 소통이 없는 이기적인 자존심 싸움은 파경에 이르는 지름길이다.

물론 극단적인 성격차이에서 발생하는 이혼까지 만류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서로를 증오하면서 억지로 사는 사람들에게 이혼은 최선의 선택이자 도피처일 수 있다. 이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행복추구권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결혼으로 인해 생기는 관계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이혼을 택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대단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결혼은 본질적으로 서로 다른 두 사람의 믿음과 의무감에 근거한다. 문제는 이를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사회가 일정부분 부담을 져야 한다.

예를 들어 이혼 위기에 처해있는 부부에 대해 필요한 상담 및 부부화해 프로그램에 참여토록 유도하고 이혼 재고 등의 노력을 기울이도록 도와야 한다. 또한 재판에 있어 위자료 중 일부를 '이혼방지기금' 등으로 갹출, 이혼예방 및 결손가정 아동의 심리치료 프로그램에 사용하도록 하자는 주장도 타당하게 들린다.

이혼이 궁극적인 해방구는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혼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 급격한 사회변동과 함께 찾아 온 이혼을 해결할 근본적인 방책은 없을지 모르나 이혼율을 낮추기 위해서 정부는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소통의 마음을 여는 것이다.

이 재 진 한양대 신방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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