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운용(73·민주당) 의원이 사법처리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전격적으로 공직에서 모두 물러나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30여년간 국내외 스포츠계를 호령했던 그의 위세도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 김의원은 일단 '타의'에 앞서 국회의원직,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 국기원장 등 굵직한 타이틀은 모두 내놓기로 했다. 다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직은 계속 유지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점은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유치 스캔들 연루 혐의로 불가리아에 억류됐던 아들 정훈씨를 마지막 순간까지 보호하겠다는 의지가 실린 것으로 보인다.김 의원은 국내적으로는 보통사람으로 돌아가기로 했지만 그의 혐의는 꽤 많다. 세계태권도연맹 후원금 유용, 외환관리법 위반혐의 외에 자택 등에서 발견된 150만달러의 출처에 대해서도 짙은 의혹이 쏠려 있다. 김 의원은 이 자금이 북한체육계 지원금이라며 맞대응했지만 검찰은 사법처리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사태가 이쯤 되자 체육계 안팎에서는 그의 공과를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그러나 잘한 것 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더 많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유창한 외국어 능력을 바탕으로 주미, 주영국참사관 등을 역임한 그가 체육계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71년 대한태권도협회장에 취임하면서부터. 이후 세계태권도연맹 총재까지 맡은 그는 86년 IOC위원에 당선된 뒤 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93년에는 대한체육회장에 당선되면서 한국체육의 수장 자리에 올라 10여년간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지만 장기독주는 결국 '패거리 문화' 등 적지않은 부작용을 낳았다.
그의 '검은 손'에 대한 비난과 루머도 끊이지 않았다. 그는 2001년 7월 IOC위원장 선거에서 낙마하면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다. 지난해 7월에는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 결정투표를 앞두고 IOC부위원장 재도전을 위해 유치 방해활동을 폈다는 논란에 휩싸여 국회차원의 조사까지 받았다.
김 의원의 사법처리가 확정되더라도 IOC 자체의 징계여부는 불투명하다. IOC 윤리규정에는 개최도시 선정과 관련한 비리에 대한 징계만 명문화돼 있기 때문이다. 단 IOC 내부에서 IOC위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명목으로 윤리위원회에 제소, 위원직 박탈을 놓고 논란을 빚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대한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오랜 1인 체제는 결국 부패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며 "장기독주와 비리를 방조한 체육계도 반성하고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동은기자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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