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제41회 백상체육대상 시상식이 열린 한국일보사 12층 강당. '국민타자' 이승엽(28·지바 롯데)이 구기부문 상을 받기 위해 모습을 드러내자 한바탕 북새통이 빚어졌다. 일본으로 건너가기 전 고국에서의 마지막 공식행사에 나선 이승엽은 취재진의 질문공세에 응한 뒤 충주성심학교 야구팀 선수들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주며 나이키모자를 선물했다. 국내 최초의 청각장애 야구팀으로 이날 특별상을 받은 어린 선수들은 이승엽을 둘러싼 채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잠시 후. 또 한번의 깜짝쇼가 벌어졌다. 이승엽이 충주성심 야구부에 지난 시즌 40호 홈런부터 홈런을 칠 때 마다 100만원씩 적립한 1,700만원의 '사랑의 홈런성금'을 전달하자 뜨거운 박수가 이어졌다. 그 한켠에는 나이키 관계자들이 자리를 잡고 연신 이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선수들에게 전달된 스포츠용품은 물론 홈런성금도 나이키측이 마련해준 터였다. 이를 지켜본 기자는 시종 씁쓸한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다. 다국적업체들이 펼친 발빠른 '선심 마케팅'이 한편으로 얄미웠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나이키측은 이번 '이벤트'를 성사시키기 위해 백상체육상 시상일 며칠전부터 관계자들을 졸라댔다. 한국일보는 순수체육상인 백상체육상의 취지가 퇴색할 것을 우려하며 고심을 거듭한 끝에 결국 충주성심학교 야구부가 수혜자라는 점을 감안, 이를 용인했다.
이날 시상식에 참석한 프로스포츠계의 한 관계자는 "나이키의 한 수 앞선 교묘한 마케팅에 감탄사가 나왔다. 그 자리에 토종업체가 하나쯤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박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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