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썬앤문그룹 문병욱(51·구속) 회장을 비롯한 고교 후배 3명을 명륜동 자택으로 초청해 식사를 함께 했다는 문씨의 진술이 공개됨에 따라 이들 '부산상고 3인방'의 행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본보 8일자 A1·3면)
노 대통령의 부산상고 4년 후배로 호텔업계의 실력자인 문씨는 검찰 수사를 통해 세간에 널리 알려졌지만 문씨의 고교 동기동창(57회)인 모은행 간부 김정민씨, 문씨와 김씨의 4년 후배인 홍경태(61회)씨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있다.
문씨의 검찰 진술 기록에 따르면 홍씨는 특히 2003년 1월과 4월 노 대통령 자택과 청와대 점심 모임을 직접 주선한 장본인으로 소개돼 있다. 홍씨는 "노 대통령에게 세배를 드렸으면 좋겠다"는 문씨의 부탁을 받고 1월4일 노 대통령 부부와의 점심 자리를 마련했으며, 4월에도 "청와대를 구경하고 싶다"는 문씨의 희망을 노 대통령측에 전달해 만남을 성사시켰다. 문씨보다는 홍씨가 더 노 대통령측에 가까운 관계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홍씨는 노 대통령이 2002년 대통령 후보 경선에 뛰어들었을 당시 경영권을 맡겼던 생수회사 '장수천'의 대표이사였다. 또 부산상고 동문회가 만든 노무현 후원회의 사무국장을 지낸 것으로 확인돼, 노 대통령을 막후에서 지원한 실세일 수 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이와 함께 동문회 주변에서는 지난 10년간 노 대통령을 따랐던 몇 안되는 후배 중 하나로 홍씨를 꼽고 있다.
김씨 역시 예사로운 인물이 아니다. 대선 당시 노 캠프 진영의 자금을 관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씨는 문씨가 노 대통령측에 자금을 전달한 장소에 어김없이 함께 모습을 나타냈다. 김씨는 노 캠프에 문씨의 돈 1억원이 전달된 2002년 11월 서울 리츠칼튼호텔 조찬 모임은 물론, 3,000만원과 2,000만원이 각각 건네진 부산과 김해 현장에도 문씨 등과 함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썬앤문 관계자는 "문 회장에게 노 후보를 돕도록 적극 설득한 인물이 바로 김씨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됐던 '썬앤문 녹취록'에서 김성래(53·여·구속) 전 썬앤문 부회장은 자신의 농협 사기 대출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이광재 전 국정상황실장이나 김씨에게 접근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돼있어 김씨가 상당한 실력자임을 암시했다.
그러나 이들 부산상고 3인방 가운데 문씨와 김씨는 대통령 측근비리 수사를 맡은 김진흥 특별검사팀의 소환 조사를 눈 앞에 두고 있는 등, 모시던 선배가 '대권'을 잡은 지 1년도 안돼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강훈기자 hoo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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