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둔산은 충남(금산군, 논산시)과 전북(완주군)의 경계에 우뚝 선 돌투성이 산이다. 해발 878m로 그리 높지는 않지만 삐죽삐죽한 산세가 보통이 아니다. 바깥에서 보면 감히 오르려는 마음을 먹기 힘든다. 그래서 전문 산꾼들의 사랑을 더욱 많이 받았다.그러나 이제는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다. 등산로가 잘 정비돼 있고 산의 8부 능선까지 케이블카가 운행된다. 어떻게 코스를 잡느냐에 따라 다양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태고사, 영주사, 보석사 등 고즈넉한 절집들이 인근 산자락에 들어있다. 거친 산행과 산사 참배. 새해를 여는 여행으로 부족함이 없다. 또 금산은 먹거리의 천국이다. 새해의 힘찬 출발을 위해 속을 든든하게 채운다.
준비
금산에서 2박을 하는 것이 두루 둘러보는 데 편하다. 금산읍에는 대형 숙박시설이 없는 대신 장급 여관은 많다. 관광장여관(041-754-3994) 대도여관(754-3424) 세운장여관(751-2383) 삼화여관(754-3449) 호정장여관(751-0391) 등이 있다. 토요일 이른 산행을 원한다면 대둔산 등산로 입구(전북 완주군 운주면)의 대둔산온천관광호텔(063-263-1260)이 좋다. 온천욕도 즐길 수 있다.
대둔산은 울퉁불퉁한 산이라 그늘이 많다. 아래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위에는 눈길도 있다. 아이젠 등 겨울등산 장비를 확실하게 챙기는 것이 좋다.
출발(금요일 오후 6시)
정체만 없다면 서울에서 2시간 거리이다. 경부 혹은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대전까지 간 후 대전-진주 고속도로로 갈아타면 된다. 금산 IC에서 빠지면 바로 금산읍이다. 대둔산은 금산읍에서 30분을 더 가야 한다. 68번 지방도로로 진산면까지 간 후 17번 국도로 좌회전한다. 구불구불한 배티제를 넘으면 대둔산 집단시설지구에 닿는다.
추천 저녁 먹거리는 한우. 17번 국도가 지나는 복수면에 한우집이 밀집해 있다. 스스로 소를 기르거나 식당 주인들이 직접 농가를 돌며 한우를 ‘찜’한다. 광우병 걱정은 접어도 된다. 인근 대전 지역 등에서도 고기를 먹기 위해 사람들이 몰린다. 약간 비싸지만 맛있다. 복수한우촌(041-753-2059) 등이 유명하다.
대둔산 등반(토요일 오전 8시)
대둔산에 오른다. 코스는 다양하다. 가장 쉬운 방법이 케이블카를 타고 올랐다가 내려오는 것. 케이블카에서 내려 정상인 마천대까지 약 30분만 걸으면 된다. 케이블카 밑으로 등산로가 나 있다. 이 길로 올랐다가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는 방법이 그 다음으로 쉽다. 정상까지1시간 30분이 걸린다.
제대로 등산을 하려면 집단시설지구에서 올라 두 개의 구름다리를 거쳐 정상에 오른 후, 낙조대-태고사를 돌아 배티제로 하산하는 길이다. 반대로 길을 잡아도 된다. 4시간 조금 넘게 걸린다. 길은 좋지만 경사는 가파르다. 초반에 호흡조절이 필수. 9부 능선에 있는 두 개의 구름다리는 상당히 아찔하다. 임산부나 노약자라면 우회하는 길을 이용하는 게 좋다.
점심 식사와 절집 순례(낮 12시 30분)
대둔산 집단시설지구에 온천과 먹거리촌이 있다. 온천욕으로 언 몸을 데우고 점심을 먹는다. 산채요리가 유명하다. 대둔산도립공원관리사무소(063)263-9949.
태고사는 산의 8부 능선에 있기 때문에 산행 중 들러야 한다. 신라 문무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한 절이다. 원효대사는 이 터를 발견하고 너무 기뻐 3일간 춤을 췄다는 기록이 있다. 우암 송시열이 이 곳에서 공부를 하기도 했다. 집단시설지구 반대편인 청령골에서 차로 오를 수 있는 길이 있지만 일반 차량은 출입이 금지되어 있고, 겨울에는 위험하다.
영주사는 황산벌전투에서 피를 흘린 영혼들을 위해 지어진 절로 원래 이름은 영은사. 창건연도는 알 수 없다. 6ㆍ25때 공비들의 은신을 막기 위해 아군이 불을 질러 모두 탔다. 지금의 건물들은 모두 최근에 지어진 것이다. 노천 오백나한이 이 절의 명물이다. 절벽에 모셔져 있는데 표정이 모두 다르다.
다음 행선지는 보석사. 대둔산이 아닌 진악산 자락에 있다. 금산읍으로 되돌아가 13번 국도를 타고 남하하다 보면 오른쪽으로 725번 지방도로가 나온다. 이 길로 200m만 들어가면 보석사이다. 신라 헌강왕 때 조구대사가 창건한 고찰로, 한국 불교 31본산의 하나였던 대찰이기도 하다. 입구의 전나무길, 절 앞을 흐르는 시냇물, 1,100년의 수령을 자랑하는 절 옆의 은행나무가 볼만하다. 금산군청 문화관광과 (041)750-2225.
저녁 식사는 도리뱅뱅과 어죽이 좋을 듯. 금산군 제원면 천내리 68번 지방도로 변에 이 메뉴만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이 줄지어 있다.
금산의 명물 여행과 최고의 먹거리 삼계탕(일요일 오전 9시)
금산에는 볼거리가 많다. 가장 으뜸은 금산읍의 인삼ㆍ약초 시장. 한때 국내 인삼의 80%가 이 곳에서 거래됐다. 시장 전체에 향긋한 인삼과 약초 냄새가 흐른다. 칠백의총, 백령성지 등도 빼 놓아서는 안될 곳이다.
마지막 먹거리는 삼계탕이다. 인삼의 본고장이어서인지 커다란 삼뿌리가 들어 있다. 국물이 뚝배기 바깥으로 튈 정도로 뜨겁게 끓여서 낸다. 인삼시장 내의 원조삼계탕(041-752-2678) 등이 유명하다.
연초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대전 지역에서의 정체가 예상된다. 귀경을 서두르는 것이 좋다.
/글·사진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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