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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내겐 너무나 과분한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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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내겐 너무나 과분한 당신

입력
2004.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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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나요. 당신을 처음 만난 이후 이제까지 한 번도 여보, 당신이라는 말을 못하고 살아왔던 나요. 죄 많은 주제에 어찌 차마 당신이라 부를 수가 있겠소.생각하면 우리는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했었지요. 애당초 당신은 내게 과분한 사람이었으니까요. 당시 난 폐결핵 중증으로 피를 토하며 사경을 헤매고 있었지요. 의사로부터 사형선고를 받고 직장도 잃고 사랑도 잃고 끝없는 절망 속에 분풀이하듯 글을 쓰고 있었지요. 어느 잡지에 실린 나의 눈물 나는 글이 인연이 되어 우리는 편지를 주고 받다가 사랑하게 되었구요.

미안하오. 이제 진실로 당신에게 속죄하오. 나이 서른을 훨씬 넘긴, 아무것도 내세울 것 없던 내가 감히 당신을 욕심낸 것부터가 잘못이었소. 그 때 나와 만나지 않았다면 당신은 지금쯤 더 행복하게 살았을 것을….

여보! 정말 미안하오. 당신 집안의 반대로 하객 하나 없는 텅 빈 예식장에서 눈물로 치렀던 우리들의 결혼식. 언제 다시 결혼식을 치를 수만 있다면 웨딩드레스 곱게 입고 수많은 하객들의 박수 갈채를 받으며 예를 올려 드리고 싶소. 정말 그 한을 풀어주고 싶구려.

당신은 정녕 천사였소. 만신창이가 된 나를 버리지 않고 오로지 헌신하겠다는 일념으로 어느 비 오는 여름날 서울에서 다니던 직장까지 버리고 스물 세 살 꽃다운 나이에 전라도 시골에 사는 내게 달려 왔었으니까.

그로부터 26년. 그간 당신은 또 시어머니로부터 얼마나 혹독한 시집살이를 당했는지요. 알아요. 내 당신의 그 아픔을. 여보! 정말 미안하오. 한 번도 호강시켜 주지 못하고 훠이 훠이 지나온 세월. 남들은 척척 승진하고 부자로 잘 사는데 나는 결국 이름 없이 교단을 지키다 정년퇴직을 하였으니 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이오.

그러나 난 당신이 있었기에 죽을 목숨 다시 살아나 이렇듯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늘 감사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소. 제대 후 복학해 공부하고 있는 아들, 장학생으로 대학을 나와 직장에 나가고 있는 딸, 그리고 아흔 여섯이 되신 우리 어머니. 단란한 우리 가족을 생각하면 난 정말 행복하다오.

여보! 정말 고맙소. 진실로 당신의 사랑에 감사하오. 아무도 주지 않는 찬사, 상. 내가 드리리다.

/saeng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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