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율 47.4%. 지난해 12월 28일 보건복지부가 꽃동네사회복지대학교와 공동 발간한 '복지와 경제의 선순환관계 연구 보고서'에서 따르면 우리나라의 결혼 대비 이혼율은 47.4%로 나타났으며 조만간 50%를 넘을 것으로 추산됐다. 세계 최고 이혼 국가인 미국(51%), 스웨덴(48%)을 머지않아 따라잡을 것이라는 전망이다.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금기시됐던 이혼이 도대체 왜 우리 시대의 큰 흐름이 돼 버린 것일까? 5일부터 대학로 소극장 축제에서 열리고 있는 연극 '오픈 커플'을 보고 있노라면 다소나마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 듯하다. '오픈 커플'은 199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이탈리아의 극작가 다리오 포의 원작을 번안한 작품. 원작이 갖고 있는 정치성과 사회풍자 의식을 최대한 배제하고 부부 사이에 일어나는 일을 한국적 현실에 맞게 고쳤다.
'오픈 커플'은 결혼 생활과는 별도로 자유로운 애정 행각을 벌이는 남편 현철과 이로 인해 고통 받다가 끝내 자살을 기도하는 아내 태희 사이의 갈등을 코믹하게 그려낸다. 산부인과 의사인 현철은 아내에게 자신의 생활에 간섭하는 대신 아내에게 애인을 사귀라며 오픈 커플 이론을 주장한다. 서로를 구속하지 않고 자유로운 성 관계를 갖는 게 바로 21세기 새로운 부부 모델인 오픈 커플이라는 것. 그러나 막상 아내에게 새로운 애인이 생기자 그는 질투심에 눈멀어 자살을 기도한다. 이 과정에서 결혼 생활에 내재된 억압과 모순, 그리고 이중성이 자연스럽게 폭로된다.
연출을 맡은 서상규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강사는 "한국 남성들이 지니고 있는 결혼과 여성에 대한 이중성을 꼬집어 보고 싶었다"며 "실제 결혼 생활을 통해 얻은 경험이 자연스럽게 극에 녹아들었다"고 말했다. 남편 역을 맡은 서현철의 자연스러운 연기력이 돋보인다. 2월 22일까지. (02)765―4891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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