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애야, 너는 김중배의 다이아몬드가 그렇게 좋더냐.”사랑하는 순애가 김중배에게 시집가버리는 비극을 두고 봐야만 했던 이수일의 외침이 절절하다. 수일에게는 미안하지만 솔직히 싫을 건 없지 않은가.
돈과 사랑의 미묘한 관계를 적나라하면서도 극적으로 까발린 ‘이수일과 심순애’가 나온 지도 50년이 흐른 지금, 돈은 여전히 삶의 첫번째 화두다. 특히 최근‘건강하게 잘 살자’는 웰빙 바람이 시대의 표제어가 되면서 서점에는 돈 벌기 지침서가 쏟아져 나오고 두 명만 모이면 돈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서로 격려해가며 정진하자는 ‘돈 모으기’ 동호회는 부자 지망생들로 북적거린다. 돈 벌 수 있는 비법을 가르쳐준다는 ‘부자 세미나’에는 자리가 없어서 못 들어갈 정도다.
정말 돈 많으면 행복해질까. 과연 부자가 되면 뭐든지 할 수 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혹은 그렇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우리는 말한다. 그러나 누가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돈벌었다고 하면 괜히 속이 편치않고, 누가 로또 1등에 당첨됐다는 얘기를 들으면 괜히 흥분된다. 아무려면 어떤가. 어차피 울고웃는 세상이라면 돈에 속박받고 싶지않는 것은 인지상정이 아닌까.
그럼 부자 되는 왕도가 있을까. 혹자는 절약과 저축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하고 또 다른 누구는 일단 질러놓고 보라고 내몬다. 부동산으로 수억 원 벌었다는 김 대리, 주식 투자로 대박 났다는 박 과장, 로또에 당첨되자 자신의 퇴직금은 동료들이 나눠 쓰라며 표표히 사라졌다는 영희씨….
부자 되는 길은 많지만 준비하지 않으면 눈 앞에 놓인 기회도 보이지 않는 법이다. 미리 그 길을 간 부자와 재테크 전문가의 경험담과 조언을 통해 나의 계획을 설계해보자.
올해 역시 최고 덕담은 ‘돈 많이 버세요’‘로또 당첨되세요’다. 우리 모두 부자 되는 꿈으로 2004년 한해를 시작해보자.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우리시대 부자의 초상은…
부자들은 남들과 대체 뭐가 다를까. 그들은 특별한 사람일까. 이런 궁금증을 풀려는 듯 부자들의 특성을 연구하는 모임이 적지않게 생겼다. 삼성경제연구소 회원들의 인터넷 동호회인 '부자특성연구회'(www.seri.or.kr/forum/rich)도 그중 하나다. 2002년 12월 결성돼 4,000여명의 회원을 갖고 있는 인기 동호회로 부자 되기의 비법과 부자의 특성을 연구한다. 이들이 우리 시대 부자의 특성을 꼽았다.
가난한 사람은 재테크 지식을 피해 다니지만, 부자는 재테크 지식을 찾아다닌다.
부자가 잘 가는 곳은 재테크 강의나 투자설명회다. 부자는 돈 얘기만 나오면 어디서든 귀를 쫑긋 세운다. 돈은 관심과 애정이 많은 사람을 찾아간다.
부자는 의도적으로 부자와 어울린다.
가난한 사람은 돈 얘기를 피하고 싶어 부자와 어울리기를 꺼린다. 부자친구를 만나더라도 돈 얘기를 외면한다. 하지만 돈에 무관심할수록 기회는 점점 줄어든다. 부자는 부자들의 돈 버는 이야기 듣기를 즐긴다.
부자는 자녀교육에도 열중한다.
대도시의 고소득 화이트칼라 계층 집안의 명문대 신입생이 갈수록 늘고 있다. 부자가 자녀교육에도 열중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가난함이 분발의 동기가 된다는 것은 옛날 얘기다. 부자들은 일찍부터 자녀들에게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생활습관과 태도를 가르친다.
부자들은 건강하다. 삶의 목적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부자들은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 계획성 있는 하루를 보내기 위해서다. 남보다 삶에 대한 목표가 뚜렷하기 때문에 의욕적이고 성실하게 생활을 설계한다. 나태할수록 건강을 해치게 되는 법이다. 더 좋은 주거환경과 의료혜택도 부자의 몫이다.
부자는 빚을 두려워하지 않으나 사치품을 사기 위한 빚을 겁낸다.
부자는 빚을 내서라도 목이 좋은 상가나 점포를 구입한다. 물론 주판알을 튕겨본 다음이지만. 대신 자동차, 가구 등 돈이 되지 않는 자산을 사기 위해서 빚을 지는 법은 없다.
부자에겐 항상 자신을 도와주는 귀인이 있다.
본인의 노력과 창의력이 우선이지만, 사람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사기당하지 않을까 걱정부터 하면 부자가 될 수 없다. 귀인은 항상 주변에 있다. 상대방을 귀인으로 만드느냐 아니냐는 본인의 마음가짐에 달렸다. 부자는 상대방을 귀인으로 만드는 능력을 갖고 있다.
부자는 부자일지를 쓴다.
부자들이 제일 소중히 챙기는 것은 한해 달력이다. 그것도 기록하기 좋은 달력이다. 부자는 하루 수입과 지출을 상세히 기록하며 한달, 분기, 반기, 연간의 계획을 촘촘히 계획한다. 부자는 부자일지를 통해 실천력을 독려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목표를 달성해간다.
부자는 행운을 기회로 활용한다.
행운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행운이 찾아와 문 두드리는 소리를 듣지 못하고 놓쳐버린다. 준비된 사람만이 기회를 알아본다. 부자들은 행운을 즉각 눈치채며 빨리 결정하고 곧장 실행한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돈에 대한 댁의 철학은?
세상에 돈처럼 이율배반적인 것이 또 있을까. 넘쳐서 울고 웃고, 부족해서 울고 웃고…. 그래서 동서고금의 석학들과 명서들은 돈에 관한 금언을 빼놓지 않는다. 그 중 몇가지를 추려본다.
#돈의 가장 중요한 본질은 가치 없음이다. 노먼 O. 브라운(심리학자)
#돈은 거름과 같아서 여기저기 뿌리지 않으면 지독한 냄새가 난다. J. 폴 게티(미 석유 재벌)
#돈이 만악의 근원이라고 말하지만 돈의 근원은 무엇인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아인 랜드(소설가)
#돈은 잠시 빛날지 모르나 그 자체로 오랫동안 불 타오를 수는 없다.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첼리스트)
#내일이 없는 것처럼 돈을 쓰지 말고, 돈이 없는 것처럼 돈을 써라. P.J.오루크(소설가)
#부자는 돈을 가진 가난한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 W.C.필즈(코미디언)
#부자가 되는 유일한 방법은 내일 할 일을 오늘 하고, 오늘 먹어야 할 것을 내일 먹는 것이다. 탈무드
#돈이란 인정 없는 주인이기도 하지만 유익한 심부름꾼이기도 하다. 탈무드
■부자의 길- 단계별 돈 모으기
돈 모으기에도 노하우가 있다. 무턱대고 거창한 목표를 세우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팍스넷(www.moneta.co.kr) 심영철 재테크 팀장에게 종자돈부터 10억원까지, 단계별 돈모으기 수칙을 들어봤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종자돈 중의 종자돈 1,000만원
가장 큰 적, 신용카드부터 없애라
신용카드가 돈 모으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다만 실천하지 못할 뿐. 올 가을부터는 현금 사용분도 영수증만 있으면 연말 소득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신용카드를 쓰지 않는 습관부터 들이자.
정기보험이 가장 저렴하다
돈 아낀다고 보험까지 외면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그러나 같은 혜택이라면 보험료를 가급적 월급의 5%대로 낮춰야 한다. 저축형보다는 보장형이, 만기환급형보다는 순수보장형이 좋다. 권하고 싶은 것은 종신보험의 대안상품인 정기보험. 대부분의 혜택이 종신보험과 같을 뿐더러 원하면 만기에 종신보험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자동차는 잠시 미루자
직장에 들어가면 차부터 사는 이들이 많다. 이 단계에서 장기 할부로 차를 산다면 재테크는 포기해야 한다. 설령 할부구매를 하지 않았더라도 유지비 등을 감안하면 1,500만원짜리 예금과 30만원짜리 적금을 포기하는 셈이다.
돈다운 돈 1억원
제2금융권을 활용하라
이 시기에 적어도 월급의 40%는 저축해야 한다. 반드시 은행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상호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는 3년 만기에 은행이자의 두배 수준인 연 8.5%를 보장하는 상품이 많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250만원씩 3년만 꾸준히 넣으면 1억원이 된다.
신문 단신을 꼼꼼히 읽어라
돈 되는 정보는 두 줄짜리 단신에 몰려 있다. 주식 간접투자 상품인 지수연동상품은 판매 기간이 짧다. 이 같은 정보는 신문 경제면 단신으로 등장, 잘 보이지 않게 마련이다. 자신에게 맞는 재테크 사이트 두세 개도 즐겨 찾기에 등록하고 작은 정보까지 꼼꼼히 살피자. 틈새상품과 신상품은 재테크의 지름길이다.
리츠(REITS)에도 도전하라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인 리츠는 연 10% 이상의 배당수익률을 자랑한다. 코크랩, 메리츠 시리즈처럼 기존에 성공한 시리즈의 후속 상품이나 삼성생명, LG화재 등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의 참여 비중이 40∼50% 이상인 리츠는 큰 수익을 낸다고 봐도 무방하다.
주식투자의 유혹을 떨쳐라
여유자금이 많다면 모르지만 돈을 벌기 위해 주식에 투자한다면 십중팔구 실패한다. 여유자금의 10분의 1정도, 혹은 없어도 되는 돈이 있다면 주식투자를 하라. 그러나 주식으로 1억원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얼토당토않다.
꿈꿀 수 있는 대박 10억원
이제부터는 준비, 공부와 분석이다
1억원 이상 돈이 모이면 투자할 곳은 수도 없이 널려있다. 최소한의 종자돈은 늘 준비해두되 관심있는 분야에 대한 장기적인 공부와 분석이 우선돼야 한다. 선물옵션, 신주인수권부 사채(BW)와 전환 사채(CB) 등 '대박상품'일수록 끈기있는 분석이 필수다.
부동산 투자에는 정보원이 필수
10억원을 향해갈 때 가장 큰 매력을 느끼게 하는 곳이 바로 부동산이다. 그러나 금액이 워낙 크기 때문에 쉽게 돈을 넣었다가는 다른 기회를 놓치기 쉽다. 이 때 가장 필요한 것이 믿을만한 정보원. 주변을 둘러보면 유난히 부동산 정보에 밝은 이들이 몇 명은 있다. 공인중개사에서 흘러나오는 '업계 소식'도 훌륭한 정보다.
대박의 허황된 꿈을 버려라
1억원까지는 정도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10억원은 대박없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럴 리가 있겠는가. 돈이 모인다는 것은 종자돈의 규모 뿐 아니라 개수가 불어나는 것을 뜻한다. 1,000만원으로 1억을 모으기 위해 사용한 투자 방법은 1,000만원짜리 종자돈 열 개로 10억을 모으는 데도 똑같이 적용된다.
■나는 왜? 적자 인생…
비슷한 또래에 결코 쳐지지 않는 월급을 받아 특별히 돈을 쏟아 붓는 곳도 없는데 왜 통장 잔고는 늘 바닥일까. 절망할 것 없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 부자보다 카드 대금 결제일만 다가오면 한숨부터 나온다는 '재테크실패자'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돈 한번 모아보는 것이 소원인 수많은 부자 지망생을 대표해 K씨(28·여)가 나섰다.
직장생활 4년차인 K씨의 올해 목표는 종자돈 1,000만원 모으기. 현재 그의 자산은 200만원짜리 주택청약예금통장 뿐이며 3년째 카드 돌려 막기를 하고 있다. 그의 문제점을 국민은행 조태석 재테크팀장이 분석했다.
K씨의 현재 상황은…
월급 약 220만원
고정지출: 자동차 유지비 10만원, 핸드폰 요금 15만원, 간병보험(15년납 80세 만기) 11만8,580원
적금 및 예금: 주택청약예금 200만원(2003년 12월 가입). 카드대금 때문에 올해만 적금을 두 번 해약했다. 지난해 12월24일 일년간 부어온 근로자 우대저축 380만원을 깨서 주택청약 예금으로 돌렸다. 별도 적금은 없다.
신용카드: 세개를 사용한다. 그 중 한 개는 카드 대금 돌려 막기를 위해서만 쓴다. 한달 결제 금액 평균 150만∼170만원. 많이 쓰는 달은 월급보다 카드 대금이 더 많이 나올 때도 있다. 12월 청구서를 분석한 결과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세 가지는 옷과 화장품 구입비(약 80만원), 술값을 포함한 식비(약 30만원)와 핸드폰 요금(15만원)이었다.
부채: 다음 달 지불해야 할 현금 서비스 비용 100여 만원.
올해의 목표: 종자돈 1,000만원 모으기.
조태석 팀장의 분석은…
부모님과 함께 살고 생활비도 보태지 않으면서 직장생활 4년 동안 200만원 밖에 모으지 못했다니 재테크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은 확실하다. K씨는 투자할 돈이 전혀 없는 경우로 일단 새는 돈부터 막는 것이 급선무. 해외 출장이 잦은 직업의 특성상 한 번 나갈 때마다 '개념없이' 사온 각종 선물비 같이 '써도 되고 안 써도 되는' 변동지출이 결정적인 구멍인 것으로 보인다. 변동지출이 50%를 넘으면 돈 모으기는 글렀다. K씨의 첫번째 과제는 먹고 입고 즐기는 변동지출을 40% 미만인 80만원대로 줄이는 것이다.
변동지출을 줄이기 위한 첫 단계는 가계부 기록이다. 돈이 어디로 나가는 지 알지 못한다면 아낄 수도 없다. K씨의 또 한가지 문제는 낮은 신용. 현재 자동이체로 결제하는 신용카드는 BC카드 하나로 나머지는 직접 입금을 하고 있는데 결제일을 깜박 잊고 하루만 넘겨도 신용도에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 낮은 금리의 마이너스 통장을 못 만들어 높은 수수료와 금리의 신용카드 현금 서비스를 끌어 쓰는 것은 악순환을 유발한다.
1년 1,000만원 모으기를 위한 제안…
전문가들이 권하는 이상적인 포트폴리오는 변동지출 40%, 저축 20%, 소비성 부채 20%, 고정지출 20%다. K씨의 경우 신용카드 사용에 따른 소비성 부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심각한 불균형 상태. 1년에 1,000만원 모으기 원한다면 저축량을 대폭 늘려야 한다.
월 20만원 정도는 장기적 안목으로 연 240만원까지 소득공제가 가능한 연금식탁에 넣고 70만원은 고수익 적립식 투자상품에 넣을 것을 권한다. 적립식 투자상품은 주식과 적금을 결합한 형태로 돈을 입금한 날의 주가와 기간 내 평균 주가를 연계한 상품이다. 현재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저평가돼 있다고 볼 때 주가지수가 1000만 넘으면 약 30%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고수익 상품이다.
K씨의 월급과 목표를 따라 조 팀장이 제안한 포트폴리오는 아래와 같다.
변동지출(현금 사용분) 60만원
저축 90만원(연금신탁 20만원, 고수익 적립식 투자상품 70만원)
고정지출(보험료, 자동차 유지비, 핸드폰 요금 등) 40만원
소비성 부채(신용카드 사용분) 30만원
■유형별 부자이야기
얼토당토않은 직장 상사의 쪼임에 시달리고 난 후 화풀이하듯 떠올려보는 즐거운 상상 하나. 사직서를 멋지게 던진 후 회사 문을 박차고 나가는 당당한 나의 뒷모습이다. 하지만 조기퇴출이 이미 '삼팔선'까지 이미 내려왔고,'이태백'도 울고가는 청년실업의 비애가 남의 일 같지 않은 요즘, 이런 생각은 말 그대로 언감생심이다.
'10억만, 아니 5억만 하늘에서 뚝 떨어지면 좋으련만…'하고 허황된 꿈을 꾸는 사이에 어김없이 명세서는 쌓여가고 왠지 나만 피해가는 돈에 대한 원망도 커진다. 행복은 마음 속에 있다고? 돈 많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라고? 모두 배부른 얘기처럼들린다. 그러나 뜻이 있으면 길이 있는 법. 자신의 위치에서 각각 다른 방법으로 돈을 모아 나름대로 부자의 위치에 섰다고 자부하는 세 사람을 만났다. 이들의 얘기를 통해 나름의 계획을 세워보자. 나라고 부자 못될 것은 없지 않은가.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안 쓰고 모아 4년 만에 집 구입 짠돌이형 허형만씨
"봉급만 모아서 집 사는 게 가능하냐고요? 사고 싶은 집의 가격을 기간으로 나눠보세요. 아마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올 겁니다. 그 다음 단계는 그냥 그 돈을 모으는 거죠."
교보생명 다이렉트 마케팅부 허형만(34) 대리는 무일푼으로 시작해 4년만에 영등포에 시가 3억5,000만원짜리 34평 아파트를 재산목록에 올렸다. 부담스러운 빚도 없는 그는 "30대에 이 정도면 이뤘으면 남보다 많이 앞선 것"이라고 자신한다.
그가 집 마련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은 외환위기가 시작된 1998년 초. 당시 맞벌이 하던 아내가 '우리 집에서 살고 싶다'는 소망을 부쩍 많이 내비치자 여기저기서 정보를 얻은 후 서울 영등포 D 조합원 아파트를 부모님까지 동원, 삼일 밤낮을 새가며 청약했다.
당시 분양가는 1억4,000만원. 재산이라곤 대출 2,500만원을 낀 전세 보증금 4,500만원이 전부였다. 입주할 때까지 4년 동안, 4개월에 한번씩 1,000만원의 중도금을 막는 일이 급선무로 계산은 간단했다. 당시 두 사람의 월급을 합친 금액은 300만원 선. 입을 것 안 입고 먹을 것 안 먹어가며 허 대리 부부는 한 달에 250만원씩 꼬박꼬박 통장에 넣었다. 금새 나갈 돈이었으므로 별다른 상품을 노릴 수도 없었다.
"99년 10월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났습니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분유 값과 아이 봐줄 사람 등 한 달에 70만∼80만원의 비용이 나가게 됐거든요. 결국 아이는 부모님께 맡길 수 밖에 없었죠." 이런 곡절 끝에 2002년 여름, 허 대리는 전세금을 빼 잔여금을 지불하고 아파트에 입주했다.
"저금을 늘리기 위해서는 도저히 돈을 쓸 수 없는 상황을 스스로 만드는 것도 필요합니다. 제 경우에 약간은 무모해보였던 아파트 청약이 계기였습니다."
허형만 대리 재테크 포인트
1. 냉철하게 판단해 저지르는 무모함이 필요하다
2. 신용카드 대신 보험의 약관대출을 이용한다
3. 집 마련 등 '부자'에 대한 자기만의 기준을 정해라
돈에 대한 갈망으로 33세 10억 모은 독자적 진검 승부형 조상훈씨
최근 가장 인기 있는 책 중 하나인 '33세 10억 모으기, 젊은 부자의 투자일기' 저자 조상훈씨. 그는 처음부터 "남이 가는 길을 따라간다고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못박는다. 다음 까페 '선한부자(www.cafedaum.net/fq119)' 운영자인 그의 '돈벌기 철학'은 명함에 적힌'사람들은 너무 쉽게 자신의 한계를 설정한다'는 말에서 쉽게 드러난다.
1996년 육군소위 시절, 대학때 모은 200만원에 적금에서 탄 600만원을 더한 800만원으로 주식거래를 시작했지만 큰 재미는 못봤다. 98년 만기가 되는 적금 400만원에 이리저리 빌린 100만원을 더하고 중도금을 대출받아 구입한 6,200만원짜리 21평 의정부 미분양 아파트가 입주 시점에 전세가만 4,000만원에 이른 것이 첫 성공이었다. 일산에 분양 받은 오피스텔 시공사가 부도나면서 돈을 날릴 위기를 겪기도 했다.
결정적인 기회는 2001년에 찾아왔다. 부동산이 재테크 수단으로서 매력을 잃었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미분양 아파트가 쏟아져 나왔다. 퇴직금을 담보로 2,000만원을 대출했고 선배의 보증으로 1,000만원을 조달한 3,000만원이 가진 돈. 미분양 아파트라는 특성 때문에 각종 무이자 융자와 국민주택기금을 끌어 썼을 때 21평형 한 채의 실입주금은 2,000만원 정도. 21평형 하나를 분양 받아 3,500만원에 전세를 놓고 그 돈으로 21평형 한 개를 더 매입하는 식으로 21평형 세 채, 24평형 세 채, 총 여섯 채의 집을 갖추게 됐다.
2002년 전역 후 입시학원을 해보고 싶어 2억원대의 은행부채를 안고 있는 학원을 경매로 매입, 은행 이자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계약금 5,000만원에 월200만원의 월세를 챙겼다.
"운이 좋았다구요? 짧게 설명하니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네요. 그러나 투자를 해서 돈을 벌 수도 있고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면 그 게임은 벌써 끝난 겁니다. 충분한 연구를 통해 확실히 벌 수 있다고 생각될 때만 돈을 넣었습니다."
조상훈씨의 재테크 포인트
1.'고위험 고수익'은 편견, 철저한 분석이 우선
2. 돈에 대한 갈망을 먼저 가져라
3. 심리전에 말리지 마라
부동산으로 차근차근 돈 불리기 원칙적 부동산 투자형 이옥주씨
"돈을 벌어서 써야지 빌려서 쓰면 안됩니다. 세금 낼 건 단 내야 하구요. 전 돈 없이 사는 어려움을 알아요. 그래서 잘못되면 큰일난다는 생각으로 무조건 원금은 살려둡니다. 그러다 보니 30년 동안 580만원이 20억원 넘게 불어났네요."
분당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만난 이옥주(50)씨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전주에서 홀로 올라와 큰아버지댁에서 더부살이를 하다가 대학교를 중퇴하고 20살이었던 1972년 변호사 사무실에서 급사 생활을 시작했다. 20만원 월급을 받아 분식집에서 하루에 90원짜리 통만두 하나로 연명하며 그녀에게 기회가 온 것은 76년.
'평생 돌만 골라내며 사셨다'는 아버지가 농사를 짓던 전주 고향 땅이 도시 계획에 들어간 것이다. 일부는 헐값으로 매입됐지만 비싸게는 평당 12만원까지도 땅을 팔았다. 당시 주변 사람들에게 도시계획세를 위해 빌린 210만원은 처음이자 마지막 빚이 됐다.
땅 판 돈으로 총 10식구가 살 서울 정릉의 집을 550만원에 구입했다. 80년 논현동으로 이사 갈 때 정릉 집의 가격은 2,000만원. 부동산이 돈 된다는 것을 알게 된 그녀는 신문 등에서 분양정보를 얻어 조금씩 투자하기 시작했다. 정부 청사가 들어서기 이전 과천에 4,000만원짜리 집을 구입해 1억6,000만원에 되파는 행운도 따랐다.
지금은 국민은행이 된 주택은행의 단골고객이 되면서 좋은 상품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현재 그녀가 보유한 부동산은 분당의 시가 4억원 정도의 아파트 3채와 강남역 인근의 소규모 점포, 선산이나 하려고 구입했다가 행정수도 이전의 행운을 거머쥘 지 모르는 충남 공주군의 땅 500여 평이다.
"500만원, 1,000만원 모을 때가 무척 어려웠습니다. 2,000만원부터는 조금 숨통이 트이더군요. 물론 70∼80년대 얘기이긴 하지만…. 분양 받는 아파트가 분양가보다 떨어지는 일은 없습니다. 큰 욕심 부리지 말고 원금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중요하죠."
이옥주씨의 재테크 포인트
1. 주식 등 원금 건드리는 상품은 절대 사양
2. 정기 예금은 만기를 나눠 넣어라
3. 들어오고 나가는 돈은 꼼꼼히 체크
■돈이 나를 자유롭게 하리라?… 인터넷 부자되기 동호회 열풍
'여러분∼, 부자되세요' 라는 모 신용카드 회사의 광고카피가 첫선을 보인지 벌써 일년이 지났건만 부자의 꿈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특히 온라인을 통해 부자되기 정보를 나누고 실천하는 부자동호회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부자동호회 개설도 붐을 이루고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인기 포럼인 부자의 특성연구회(www.seri.org/forum/rich)는 창립한지 1년 남짓만에 회원수 4,100여명을 돌파하며 최고 인기모임으로 떠올랐다. 회원들은 백수부터 대학생, 가정주부, 일용직 노동자, 병원장, 금융인 등 각양각색. 두달에 한번씩 열리는 오프라인 세미나에만 100명 이상이 참석할 정도로 모임이 활발하다.
회원중 부자가 10%, 부자가 되고픈 중산층이 60%, 부자를 꿈꾸는 빈곤층이 30% 가량으로 추정되지만 방법론에 치중하는 일반 재테크 사이트와 달리 부자의 특성과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해 부자로서의 자질을 닦는데 역점을 두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7월부터 이 포럼 회원으로 활동중인 서유정(25·잡지편집인)씨는 "부자가 되기위한 경제관념이나 마인드를 갖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고 한다. 부자는 인색하거나 자기중심적이라고 생각했다는 서씨는 "세미나에서 만난 부자들은 정말 자기 일을 즐기고 자신의 경험을 남과 나누고 싶어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처럼 부자가 돼서 남들과 나누는 삶을 살고싶다"고 말했다.
다음 카페에서 활동중인 선한부자(www.daum.net/fg119)는 지난해 10월 개설된 이래 현재 2만3,50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부자가 되기위한 각종 재테크방법과 재테크 관련 시사뉴스, 성공담과 실패담, 전문가 처방 등이 빠짐없이 제공된다. 카페 팻말인 '선한부자'는 정정당당한 방법으로 부자가 되며 부자로서의 노블리스 오블리제(상류층의 사회적 책임과 의무)도 게을리하지 않겠다는 의미에서 붙었다.
프리챌 커뮤니티에 개설돼있는 10년만에 부자되기(http://home.freechal.com/10yearrich)도 인기 온라인동호회다. 지난해 8월 개설 이래 69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주로 부동산 관련 정보를 비롯, 부자되기 지침, 금융정보, 재테크관련 신간 소개 등으로 운영된다.
회원수는 많지않아도 네이버 카페에 등록돼있는 5,000만원벌기 동호회(www.cafe. naver.com/smart102)는 알찬 재테크 정보를 자랑한다. 운영자 ID 짠소금에서도 볼 수 있듯 주로 철저한 절약습관을 통해 5,000만원의 부자되기 종자돈을 마련하는 것이 이 사이트의 취지. 알뜰한 작은 부자들의 호응이 커서 부침개말이 점심 도시락 싸기로 1년에 115만원 식대 절약하기 등 회원들의 절약노하우 공개가 주내용이다. 개설한 지 한달이 채 안됐지만 현재 110여명이 회원으로 등록했다.
이밖에도 인터넷에는 부자되기 모임이 차고 넘친다. 재테크 비법전수, 아침형 부자되기, 부동산부자 등 이름은 다 달라도 목적은 하나. 부자가 되는 그 날까지 일도정진이다. 새해 목표를 부자로 잡았다면 먼저 인터넷부터 뒤져볼 일이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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