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경기도 안산의 모 고교 축구팀 감독이 지난해말 중국 전지훈련중 선수들을 몽둥이로 구타했다는 내용의 언론보도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아직도 어린 축구 선수들이 매를 맞으며 공을 차느냐'는 네티즌들의 질타에 축구지도자의 한 사람으로 얼굴이 뜨거웠다.구타는 당연히 없어져야 할 구시대의 산물이다. 지금은 많이 없어졌지만 아직도 일선 현장에서 구타의 잔재가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부 지도자들이 답답한 마음에 체벌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필자가 선수생활을 할 때는 정말 많이 맞으며 훈련했다. 단체기합은 물론 선배들한테 몽둥이로 맞기도 했고, 빨래까지 해준 경험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많이 사라졌다.
이번 구타사건을 계기로 지도자는 물론 선수들도 많이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도자들이 대화보다 매를 드는 것은 조급함 때문이다. 물리적인 체벌은 당장 눈앞의 효과를 가져다 줄지 모르지만 한국축구의 고질적 문제인 창의적인 축구의 실종으로 이어지는 '소탐대실'의 결과를 낳는다. 체벌에 의한 주입식 교육은 장기적으로는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물론 대화를 통해 선수들의 단점을 고치는 일은 체벌보다는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처음에 다소 시간이 걸릴지 모르지만 일단 지도자와 선수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되면 나중에는 가속도가 붙기 마련이다.
매를 맞는 선수들이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인격적인 모욕을 느낄 수도 있고,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된다는 자포자기적인 생각에 빠질 수도 있다. 지도자는 단순히 기술만 전수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교육 등 전인교육을 지향해야 한다.
외국의 지도자들이나 스타들을 만나 보면 '축구를 즐겨라'라는 말을 흔히 듣는다. 우리가 볼 때는 그들의 훈련스타일이 자유방임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체계적인 훈련방식과 선수들의 자발적인 열의는 축구 선진국의 자양분임이 틀림없다.
구타사건의 뿌리를 들여다보면 성적지상주의가 자리잡고 있다. 성적을 내야 대학에 갈 수 있고, 지도자로서 능력을 인정 받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타와 욕설이 난무하는 환경에서 자란 선수들에게 한국축구의 백년대계를 맡길 수는 없지 않겠는가. 구타사건은 월드컵 4강 신화의 이면에 감추어진 한국축구의 부끄러운 현주소이지만,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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