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은 이제 사치라고 비판만 하기엔 너무 많은 사람들의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과시욕이 아니라 그 속에 깃든 장인 정신을 알고 명품을 소비해야 할 시점이 됐기 때문이다. 유명 브랜드들의 역사를 통해 명품이 된 배경과 이유를 알아본다. /편집자주
'현대 구두의 완성, 편안함의 극치.'
흔히 페라가모(로고)를 설명하는 데 쓰이는 말이다. 페라가모 구두는 발바닥에 장심(arch)을 박아 발가락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했다. 또 걸을 때 발이 앞으로 밀리는 현상을 방지해 '발의 자유'를 극대화한 공법은 창업자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끈질긴 장인정신에서 비롯됐다. 1911년 13살의 나이에 구둣방을 차린 그는 자신의 고객이었던 할리우드 스타들의 발을 면밀히 살피고, 미국 UCLA대학에서 해부학까지 공부하며 이 공법을 창안했다. 이런 편안함이 오드리 햅번, 비비안 리 등과 같은 스타들을 사로잡았음은 당연한 결과였다.
영국의 윈저공, 아르헨티나의 퍼스트 레이디 에바 페론 뿐 아니라 히딩크 감독도 페라가모의 마니아가 된 이유다. 134개의 공정 중 핵심 공정을 오늘날도 여전히 수작업으로 하는 고집, 갓 태어난 송아지 가죽 등 최상의 재료로 완성한 구두를 7일간 특수 오븐에서 굽는 철저함이 페라가모를 명품의 반열에 올려 놓았다.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고향 이탈리아 나폴리의 풍광이 스며든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바라'(사진)와 '간치니' 디자인은 20∼30년 동안 소녀에서부터 중년부인까지 누구에게나 사랑 받고 있다. 전통을 지켜 나가면서도 짚이나 코르크를 구두의 소재로 사용하는 등의 파격은 한낱 액세서리에 지나지 않던 구두를 패션의 핵심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릴린 먼로의 치마가 지하철 통풍구에서 바람에 들춰지는 유명한 사진을 다시 한번 보라. 그녀의 각선미는 지면에 닿은 페라가모 구두에서 완성되고 있다.
/신기해기자 shink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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