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레닌!때로는 거짓말이 위대할 때가 있다. ‘굿바이 레닌’(Goodbye, Lenin!)은 교통사고를 당해 혼수상태인 어머니(카트린 사스)를 구하려 거짓말을 하는 아들의 이야기다. 어머니는 소년단에게 공산당 노래를 가르치는 동독의 열성당원. 아들 알렉스(다니엘 브뢸)는 어머니가 큰 충격을 받을까봐 차마 독일이 통일됐다는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
알렉스는 서독 난민이 동독으로 밀려들어 온다는 거짓말 등으로 어머니를 안심시킨다. 코카콜라 현수막을 비롯해 통일 후 밀려든 자본주의의 흔적을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 알렉스는 생산이 중단된 동독의 커피와 피클을 찾느라 휴지통을 뒤지고 친구와 비디오 테이프를 만들어 동독이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다는 거짓말까지 한다.
사랑을 위한 거짓말이라는 점에서 ‘인생은 아름다워’를 연상시키지만 작은 거짓말이 큰 거짓말로 불어나는 일파만파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이다. 감독이 슬쩍 숨겨둔 놀라운 반전도 흥미롭다.
헬리콥터에 매달려 도심 한복판을 지나가는 철거된 레닌 동상, 택시 기사가 된 동독 최초의 우주 비행사, 버거킹 점원이 된 누나의 이야기 등 거짓말을 더 돋보이게 하는 사실적인 에피소드가 감동의 파장을 키운다. 감독 볼프강 베커. 12세가.
꿩 대신 닭 - 캐치 미 이프 유 캔
때로는 거짓말이 하나의 예술이 된다. ‘캐치 미 이프 유 캔’(Catch Me If You Can)은 아버지의 대를 이어 거짓말로 업을 삼은 사기꾼의 얘기다. 16세 사기꾼 프랭크 아비그네일 주니어(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아버지(크리스토퍼 월켄)의 가르침을 통해 세상을 유니폼 하나로 속일 수 있다는 것을 배운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와 부모의 이혼에 넋이 나간 프랑크는 몇 달러를 들고 가출, 그 뒤부터 자신의 ‘예술세계’를 펼친다. 팬암사의 파일럿, 하버드 의대 수석 졸업, 예일 법대 출신 변호사 등이 그가 연기한 주요 캐릭터이다. 주소득원은 팬암 비행기 모형에서 떼낸 스티커로 만든 가짜수표다. 5년에 250만 달러 벌기는 순식간이다. 때로는 대담하게 “변호사도 의사도 아니지만 당신의 딸을 사랑한다”고 고백해 사람을 감동시키거나, 기지를 발휘해 FBI 수사관 칼 핸러티(톰 행크스)를 따돌리는 과정이 ‘예술’이다.
이 사기술을 범죄가 아닌 예술로 만드는 것은 1960년대를 바라보는 감독의 정겨운 시선이다. FBI 역사상 최연소 수배범이었던 프랭크 아비그네일 주니어(55)의 자서전을 영상에 옮기면서, 감독은 각박하지 않았던 황금시대를 동경의 눈길로 바라본다. 프랭크 시나트라, 빙 크로스비 등 추억의 명곡도 복고풍 분위기를 거든다. 15세가.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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