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황당한 한 기사가 내 신경을 건드렸다. '이데일리'라는 인터넷 신문에 실린 그 기사에서 전경련은 '국내 대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이라면서 진부하기 짝이 없는 슈퍼맨을 제시했다. 그리고는 대학 교육이 기업의 수요에 부응하지 못해 청년 실업이 심각하다면서 기업의 요구에 발맞출 수 있도록 학년별로 이수해야 할 학점 수까지 거론하며 "이러한 과목들을 개설하라"고 요구하는 것이었다. 이 양반들 뭔가 착각하고 계시는 구만.대학은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라는 거, 백 번 맞는 말이다. 그런데 대학은 주관 있고 일관성 있는 교육 철학으로 교양과 지성을 갖춘 인재를 배출하는 곳이기도 하다. 대학은 기업의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입맛에 맞춰주는 곳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 요구는 대학이 아니라 실업계 고교와 전문대에 가서 하는 게 맞다. 그것이 실업계 고교와 전문대의 존재이유다. 대기업들이 원한다는 리더십과 실무 감각을 가진 인재는 책상머리에서보다는 직접 겪고 발로 뛰면서 만들어진다. 그래서 실무에 꼭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실업계 고등학교 혹은 전문대에서 배우고 일찍 현장에 뛰어든 인재들이 4년제 대졸자들보다 못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핵심 인재가 필요하다면 기업이 고졸, 전문대 졸업자들을 차별하는 대신 직업 훈련의 기회를 많이 제공하고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 좋은 방법으로 보인다. 대학에 대고 거만하게 투덜거리지 말라는 것이다.
대기업들이 슈퍼맨을 원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슈퍼맨 또는 슈퍼맨에 준하는 인재를 채용해서는 얼마나 키워주는지 알 길이 없다. 정작 취업난의 안전지대에 있는 내 주변의 몇몇 '진짜 슈퍼맨'들은 국내 대기업에 취업해봐야 착취만 당하고 미래가 없다며 대학원 진학, 외국계 기업 취업을 생각하고 있다. 기업들은 구직자는 줄을 섰는데 정작 유용한 핵심 인재는 오지 않는 현실을 개탄만 할 것이 아니라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를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애초에 이렇게 많은 4년제 대졸자는 필요 없었기 때문에 지금의 취업난은 당연한 현상이다. 모두가 4년제 대학에 가도록 하겠다는 의미 없는 환상을 좇는 대신 실업계 고교, 전문대를 전략적으로 양성하고 기업들이 이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때, 그리고 핵심 인재에 대해서는 파격적인 대우와 자기 계발의 기회를 보장할 때 '취업난과 인력난의 양립 현상'은 크게 해소되리라고 믿는다.
황 정 은 포항공대 생명과학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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