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비준이 8일 국회에서도 무산됨에 따라 한국은 국제적 신뢰 추락은 물론 경제적 측면에서도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됐다. 특히 지난해 9월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결렬을 계기로, 국제무역 협상이 WTO를 중심으로 한 다자간 구도에서 FTA 중심의 양자간 구도로 바뀌는 국면에서 정치적 이유로 FTA 비준이 계속 늦어지면서 한국은 국제 협상에서 고립무원의 처지에 빠졌다. 지난해 말 협상이 시작된 한·일 FTA와 27일 시작될 싱가포르와의 FTA 협상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한·칠레 FTA 비준안 무산은 우리 나라의 '대외 공신력 하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칠레는 이미 상원 비준까지 마치고 우리 국회의 비준을 기다려 왔다"며 "국회 비준 무산으로 칠레와의 외교관계 악화는 물론, 한국을 믿지 못하게 된 다른 국가와의 FTA 협상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미 FTA 관한한 세계적 고립을 자초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1월말 현재 전세계에서 발효된 255건의 FTA 중 단 하나에도 참가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과 같은 처지의 나라는 148개 WTO 회원국 중 중국, 홍콩, 몽골 등 6개 국가에 불과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관계자는 "전세계적 유행이 되고 있는 FTA 흐름에서의 이탈은 세계 무역에서의 고립을 뜻한다"고 말했다.
FTA 국회 비준 무산은 농민들에게도 경제적 피해를 안기게 됐다. FTA 비준을 조건으로 지난해 국회에서 증액됐던 5,842억원의 농민 지원 예산이 집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해당 예산에는 상호금융 및 경영개선자금 금리인하(2,067억원), 신규 정책자금 금리인하(396억원), FTA특별기금(1,600억원), 농신보 출연(978억원), 영유아 양육비 지원확대(89억원)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 관련 예산은 농민들이 줄기차게 요구해 예산 심의과정에서 가까스로 받아들여진 것들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농민의 권익을 옹호하는 것이 목적인 농민단체가 정작 농민들에게 피해를 입히게 됐다"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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